[국제] ‘슈퍼선데이’ EU 선택한 유권자들…루마니아·폴란드 극우 제동, 포르투갈은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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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유럽연합(EU) 회원국 3국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슈퍼선데이' 결과 EU와의 결속을 강조한 중도·친EU 진영이 의미 있는 반등을 이뤄냈다. 루마니아 대선 결선과 폴란드 대선 1차 투표, 포르투갈 조기 총선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선주의 외교정책, 유럽 내 포퓰리즘 확산이 맞물려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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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첫 번째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한 지지자가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의 승리를 축하하며 후보 포스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루마니아에선 지난 4일 치른 1차 투표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뒤졌던 니쿠쇼르 단(55) 부쿠레슈티 시장이 이날 결선에서 54.1%를 득표해 극우 민족주의 정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38) 후보를 8.2%포인트 차로 제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개표율 99% 기준으로, 단 후보의 극적인 역전극이다. 1차 투표에서 시미온 후보는 41%, 단 후보는 21%에 그쳤다.

시민운동가 출신 단 후보는 반부패, 디지털 행정, 유럽 통합을 앞세운 친EU 성향 무소속 정치인이다. 그는 당선 직후 “정치는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며 “루마니아가 어려울 때 보여준 힘을 기억하자”고 밝혔다. 반면 시미온 후보는 출구조사 단계에서 “이번 선거의 승리자는 우리”라며 결과 불복성 발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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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대선 출구조사에 대해 연설하는 니쿠쇼르 단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AP와 폴리티코 유럽은 “투표율이 64%에 달하며 중도층이 결선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이 역전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대선 중 최고 투표율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러시아 개입으로 무산됐던 대선의 악몽과 또다시 이어진 ‘가짜뉴스 유포’ 의혹이 투표율을 끌어올렸다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루마니아 외무부는 “러시아의 온라인 개입 정황이 또 드러났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단 후보의 친EU 노선과 시미온 후보의 친트럼프 행보는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블룸버그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익 세력의 부상에 제동을 걸었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MAGA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했다. 실제 시미온 후보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을 본뜬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유세를 펼쳤다. 로이터는 “이번 결과는 트럼프식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반발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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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민족주의 정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조지 시미온(38) 후보가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있는 루마니아 의회 궁전에서 당원들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그의 모자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과 우크라이나에서는 단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루마니아 국민은 민주주의와 법치, 유럽을 선택했다”고 축하글을 남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도 “개방적이고 번영하는 루마니아를 선택했다”고 환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루마니아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폴란드 대선 결선으로…친EU VS 친트럼프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중도·친EU 진영이 선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EU 성향의 집권당 시민플랫폼(PO) 소속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 바르샤바 시장이 30.8%를 얻어 극우 정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카롤 나브로츠키(42) 무소속 후보를 1.7%포인트 앞섰다. 과반을 넘은 후보가 없어 결선은 6월1일 치러지며, 자유독립연맹 등 3위 이하 극우 후보 지지층 향배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는 사법 독립, 여성 권리, 언론 다양성 회복을 약속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브로츠키 후보는 “지금은 폴란드를 구할 때”라며 트럼프식 ‘국가 우선주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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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집권 시민연합당 소속인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오른쪽) 바르샤바 시장의 지지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 있는 폴란드 국립 텔레비전 본부 앞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 중인 대선 토론을 보고 있다. 스크린 속 왼쪽은 폴란드 우익 법과 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카롤 나브로츠키 무소속 후보. AFP=연합뉴스

이번 대선은 2023년 총선에서 법과정의당을 제치고 승리한 도날트 투스크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분수령으로 해석된다. 투스크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아래 퍼진 유럽 내 극우 포퓰리즘의 흐름에 맞서겠다고 공언해왔다.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선 비위 의혹으로 불신임된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의 중도우파 민주동맹이 230석 중 89석을 얻어 1당이 됐지만, 과반엔 미달했다. 눈에 띈 건 극우 정당 셰가의 약진이다. 이번 총선에서 셰가는 8석을 추가해 58석을 확보, 제3당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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