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밥상의 역사 기록 나선 최수종…“책보다 더 많은 것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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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수종은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불암을 잇는 장수 MC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 KBS]
사극 속 수많은 인물을 연기한 배우 최수종(62). 시대를 연기로 재현하던 그는 요즘 KBS ‘한국인의 밥상’ MC가 되어 우리네 밥상 역사를 기록한다. 한낮 27도까지 오르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지난 4월 30일 충남 공주 계룡산 산세가 보이는 한 마을에서 만난 그는 “불과 여섯 번 정도 촬영했는데, 이 경험만으로도 지금껏 읽은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한국인의 삶과 밥상 문화를 담아왔다. 최수종은 14년 3개월간 진행한 초대 MC 최불암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매주 수요일이면 새벽에 집을 나선다. 많게는 2~3곳을 돌며 해가 질 때까지 촬영하고, 목요일에는 서울에서 내레이션 녹음을 한다. 일주일 중 이틀을 온전히 ‘한국인의 밥상’에 쏟고 있다. 그는 “체력적으로 쉽진 않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최불암 선생님이 시작부터 끌어오신 상징적인 프로그램을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있었죠. 그때 내레이션을 하셨던 고두심 선생님께서 ‘그냥 너답게 어른들께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면, 최수종의 한국인의 밥상이 될 거야’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고두심의 응원에 용기를 얻은 최수종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 이날은 운동하다 삐끗한 허리에 압박붕대를 착용하고 촬영에 나선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이라는 타이틀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대표 프로그램 MC를 맡는다는 건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몸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진행자의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공주에서의 촬영은 부부의 날(5월 21일)을 기념한 부부 특집으로 꾸며졌다. 도예가 부부 이이우(60)·정재경(56) 씨는 “최수종 씨 팬이라 출연을 결정했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이목구비가 진하고 선이 굵은 미남 스타일”이라고 감탄했다. 최수종은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반겨주신다. 한 초등학생은 KBS2 ‘고려 거란 전쟁’으로 나를 알아보고 강감찬 아저씨라더라. 자기 공간과 밥상을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흔쾌히 촬영에 응해주시고 팬이라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현장에서 최수종은 단순한 진행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촬영의 구도나 흐름에 대해 제작진과 의견을 교환했다. 출연자 부부의 소울푸드인 웅어 손질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선희돈PD는 “촬영이 막힐 때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빠르게 현장 정리를 도와주신다. 이전보다 동적인 장면을 많이 넣게 되면서 그림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웅어회 무침을 처음 먹어본 최수종은 “멸치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한국인의 밥상’을 하면서 전국의 별미를 맛보는 행운을 누린다. 하물며 집집마다 김치 맛도 다르다”며 웃었다.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여행하듯 산다는 부부 이야기에는 “나도 하희라 씨 몰래 오토바이를 탔었다”고 고백했다. “모 기업에서 새로 만든 오토바이라고 선물을 줘서 차 트렁크에 헬멧이랑 옷을 숨겨 놓고 몇 번 타다 하희라 씨에게 딱 걸렸다. 그 뒤에 바로 처분했다. 아내가 싫어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부부는 완전히 다른 두 우주의 만남이라 평생을 맞춰가야 한다”고 결혼 33년 차 비법을 공유했다.
오후 3시 공주에서 시작한 녹화는 해가 떨어진 오후 7시 무렵까지 계속됐다. 현장 사정으로 촬영이 지연돼 대기 시간도 길었다. 같은 날 오전 군산 촬영까지 14시간 이상을 밖에 있었던 최수종은 “촬영이 늦어지면 나보다 스태프들이 더 곤란할 거라 가만히 있어야 한다. 촬영장에서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이순재 선생님께 배운 것”이라고 했다. 임기순 책임프로듀서(CP)는 “최불암 선생님이 아버지와 같았다면, 최수종 씨는 다정한 남편, 이웃집 형이나 동생같은 존재다. 출연자가 가진 삶의 희로애락에 깊게 공감하면서 벌써 눈물을 3~4차례 흘렸다. 그만큼 마음과 귀가 열린 MC”라고 평했다.
최수종은 “출연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삶과도 닿는 지점이 있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연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앞으로의 배우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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