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느닷없는 5월 폭우, 꿀 다 떨어졌다…꿀벌 위협하는 '미친 날씨&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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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의 한 양봉농가에서 지난 16일 기습 폭우를 맞은 아까시 꽃이 시들어 가고 있다. 사진 김선희 양봉협회 경기도지회장
"이상 기후에 살아남은 꿀벌을 애지중지 보살폈는데, 폭우가 꽃을 망쳤어요."
경기도 남양주에서 25년째 양봉업에 종사하는 박종규(70)씨는 올해처럼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겨울을 지나며 유례없이 많은 꿀벌이 사라진데다, 지난 16일 기습적인 폭우로 꿀벌 먹이인 아까시 꽃마저 망가졌다. 박씨는 "마침 꿀이 올라올 시기가 됐는데 비가 쏟아졌다. 꽃이 전부 망가져 꿀벌이 채밀(꿀 채취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일은 유엔(UN)이 꿀벌 보호를 위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하지만 올해 꿀벌의 생존 환경은 전례없이 악화됐다. 지난 4월에는 때늦은 겨울 추위와 폭설이 꿀벌의 생존을 위협했는데, 이달에는 여름철 수준의 폭우가 꿀벌 먹이를 망가뜨렸다.
수도권에 기습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 오남읍의 일 강수량은 130㎜에 달했다. 이 지역 5월 한 달 치 강수량인 91.8㎜보다 많은 양이다. 이 가운데 74㎜가 한 시간 만에 쏟아져 올해 첫 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팝콘처럼 핀 아까시 꽃에 밀선(꿀 생산 조직)이 올라오다 비에 두드려 맞고 봉오리를 닫았다.
김선희 양봉협회 경기지회장은 "비 피해가 큰 남양주 일대는 올해 채밀을 한 번도 못 한 농가가 많다"며 "봄에 이미 꿀벌을 절반 이상 잃고 시작했는데, 먹이까지 폭파되는 바람에 이 지역의 꿀 생산량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폭우가 쏟아져 꿀벌이 벌통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 김선희 양봉협회 경기도지회장
폭우 피해는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유리 서울대 기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아까시 나무는 군락을 이루며 꿀벌에게 가장 많은 먹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분 매개도 활발히 하는 꽃나무"라며 "채밀 시기에 폭우가 쏟아지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꿀벌 감소, 군락 축소가 일어나 다른 새와 곤충, 꽃나무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동아시아 지역의 폭우 빈도와 강도가 점점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폭우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대기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기상청은 지난 16일 오전만 해도 수도권에는 폭우가 아닌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며 폭우를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대기 상층에 남은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유입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며 발생한 대기 불안정이 예상보다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폭우를 맞은 아까시 꽃이 벌통 주위에 떨어져 있다. 사진 김선희 양봉협회 경기도지회장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는 모습이다. 이는 온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아까시나무 군락의 생존에도 불리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미 군락 면적도 1980년대 32만㏊에서 2024년 기준 3만6000㏊로 1/10 토막이 났다. 과거에는 아까시나무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벌채됐다. 최근에는 한반도의 서식 환경 악화가 감소 원인으로 분석된다. 개화 기간도 2007년 기준 30일에서 지난해 17일까지 급격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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