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시한폭탄 D-48…이 “서두르지 말자” 김 “당장 정상회담”
-
3회 연결
본문
대선공약 검증
눈앞에 닥친 대미(對美) 관세협상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의 전략은 엇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둘러 협상을 타결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을 펼친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한미 정상회담을 바로 개최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TV 토론에서 “미국도 관세 협상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인다”며 “지금 부과한 관세를 100% 그대로 유지하긴 어려울 테고, 협상의 여지가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 미국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으나 자국 산업과 소비자의 피해를 깨닫고 전략을 수정했다”며 “상대가 거칠게 나올수록 냉정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둘 다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밝히지는 않았다.
반면 김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다. 내가 트럼프와 가장 우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정상회담을 취임후 바로 개최해 7월8일 관세 유예가 종료되기 전에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상 간 담판을 짓는 ‘톱 다운’ 방식의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통상전문가는 “김문수 후보는 현 정부와 연속성을 고려해 협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고, 이재명 후보는 집권 후 협상을 벌일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주원 기자
미국 정부는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끝나는 7월8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6월4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문제는 미국이 “선의(good faith)로 협상하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예기간을 넘길 경우 4월2일 정한 상호관세(한국 25%)를 그대로 부과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국이 준비한 카드를 제대로 전달하면서 원활한 협상 타결을 하려면 미국이 정한 시한을 가급적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경제 규모가 크고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낮은 나라만이 (중국처럼) 강경 대응이 가능하다”며 “대다수 국가에게 미국과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버티는 전략’은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일본·EU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이 최근 협상 기조를 ‘조기 타결’ 대신 ‘신중 모드’로 전환한 것을 볼 때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새 정부에서 기존 한국 협상단이 대폭 바뀔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장관 인사청문회 등 거칠 경우 7월 타결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호관세와 품목관세의 완전 철폐를 요청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내줘야 할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협상 기간을 늘려 미국의 요구사항을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이날 “지금까지 외교적이고 신속한 접근 방식을 취해온 국가들이 올바른 길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무역 질서 변화를 반영하는 산업·통상 분야 공약과 관련 이재명 후보는 “수출 시장이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에선 ▶G20(주요 20개국)과 G7(주요 7개국)을 통한 글로벌 현안 적극 참여 등 주요국과 연대를 강화하고 ▶신아시아 전략 및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비서구권 신흥국) 협력, 유럽연합(EU)과의 실질적 협력 강화 등 외교영역 확대·다변화 정책을 내세웠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보호무역주의 추세 아래에 그나마 규범 중심의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방안이 미·중 비중을 줄이면서 경제관계를 더 넓히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경제 영토’ 표현이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설명하는 단어라는 데 주목하면서 “다만 국내 정치적 반발, 특히 이재명 후보 지지 기반의 반발을 극복해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문수 후보는 직접적 대책을 내놓는 대신 규제 완화, 세제 정비,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이준석 후보는 중국·베트남으로 이전한 국내 기업 공장을 국내 주요 산업단지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공약에 올렸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외경제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에 대한 우리 입장, 중국과의 관계, 한·일, 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