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 안사봤다" 日농림상 결국 경질…후임에 '펀쿨섹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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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등’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정권을 흔들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1일 에토 다쿠(江藤拓) 농림수산상을 사실상 경질하고, 후임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을 기용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정권이 출범한 뒤 첫 경질이다. 이시바 총리는 에토 농림수산상이 낸 사표를 수리한 직후 “모든 것은 임명권자인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1일 총리 관저에서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을 사실상 경질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지·AFP=연합뉴스
급작스런 각료 교체의 발단엔 에토 농림수산상의 ‘실언’이 있다. 8선 의원인 그는 지난 18일 사가(佐賀)현에서 열린 자민당 정치자금 파티에 참석해 “쌀을 산 적이 없다. 지원자분들이 많이 주신다. 집에 팔 정도로 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시작되는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따 ‘레이와의 쌀 소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쌀값 폭등을 겪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여론에 불을 질렀다.
에토 농림수산상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발언을 철회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지난 19일 전화로 소명을 들은 뒤 그를 관저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연임을 염두에 둔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이번엔 야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료 불신임안 제출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 5개 야당에서 일제히 거론되면서 에토 경질은 급물살을 탔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경우 가결될 가능성이 컸다. 다음 달로 다가온 도쿄도의원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시바 정권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이 21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쌀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그는 "쌀을 산 적이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총리가 연임시킬 의사를 보인지 하루 만에 경질하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부·여당은 위기관리를 위해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어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뒷북 대응의 배경을 두고 ‘이시바 정권의 자부심’을 들었다. 지난 3월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야당 비판을 극복해왔다는 자부가 있어, 대응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실언이 발각된 뒤 에토 농림수산상에게 전화나 대면으로 주의를 준 것이 이시바 총리 자신이었다”고 짚었다.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위기관리’를 맡았던 것과 같은 기능이 이시바 정권엔 없다는 분석이다.
이시바 총리가 경질 카드로 급거 수습에 나섰지만, 쌀 문제는 앞으로도 이시바 정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쌀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일본 정부가 지난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비축미를 풀었지만, 전체 비축미의 7.1%만이 시장에 풀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쌀값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의 쌀값은 5㎏들이 소매가가 4268엔(약 4만977원)으로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21일 총리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후임 농림수산상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만나 수의계약을 활용해 비축미를 시장에 푸는 방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임명 소식을 듣고 관저로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쌀값 급등에 대응해 스피드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으로 6선 의원인 그는 자민당 농림부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이시바 총리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중책을 맡은 만큼 정치적 존재감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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