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숨은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젊은 불펜투수의 활약이다. 필승조 또는 셋업맨으로 불리는 이들은 착실하게 마운드를 지키는 살림꾼으로서, 순위 싸움에 박진감을 더한다.

손동현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선수는 KT 위즈 손동현(24)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한 2023년부터 KT 필승조에 활약 중이다. 올 시즌에도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과 120㎞대 포크볼로 27경기에서 3승 8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건 평균자책점. 지난 20일까지 평균자책점이 0.95(28과 3분의 1이닝 3자책점). 그 어렵다는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KT 이강철 감독을 미소 짓게 한다.

일각에서는 혹사를 우려한다. 홀드 부문 상위 10명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손동현이라서다. 하지만 그는 “이닝은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주 나가야 감각을 유지하는 투수라서 기회를 많이 받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까지는 타자들이 내 직구 하나만 기다렸다. 그러나 올해 포크볼을 장착하면서 결과가 더 좋아졌다. 지금의 성적이 운이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명근

단독 선두 LG 트윈스에도 염경엽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필승조가 있다. 박명근(21)이다. 2023년 데뷔한 그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2승1패 9홀드 2세이브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도 2.79(19와 3분의 1이닝 6자책점)로 뛰어나다. 지난해 마무리로 뛰었던 유영찬을 비롯해 함덕주·김강률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그는 김진성과 함께 LG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박명근은 선두권 맞대결이 펼쳐진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날 롯데 선발 윤성빈이 초반부터 9실점 하면서 LG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듯했다. 그런데 롯데가 6회말 6점을 뽑으면서 거세게 추격했다. 필승조를 아끼고 싶었던 염 감독은 결국 무사 2루에서 박명근을 투입했다. 상황이 급박해 몸도 채 풀지 못하고 등판한 그는 전준우에 좌전안타, 전민재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제야 몸이 풀린 듯 나승엽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은 뒤 윤동희·유강남을 삼진 처리했다. 결국 LG는 17-9로 이겼고, 롯데와의 격차를 3경기로 벌렸다.

정철원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팀에서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한 경우도 있다. 롯데 정철원(26)과 SSG 랜더스 김민(26)이 대표적이다. 2022년 신인왕 정철원은 지난해 11월 3대2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 정철원을 셋업맨으로 키웠던 롯데 김태형 감독의 믿음과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정철원은 지난해 부진했다. 김 감독은 믿음을 거두지 않은 채 필승조로 뛸 기회를 다시 줬다. 올 시즌 정철원은 25경기에서 11홀드를 기록하며 롯데의 고공비행을 견인하고 있다.

김민

지난해 10월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SSG 랜더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민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성적은 23경기 7홀드, 평균자책점 3.20(19와 3분의 2이닝 7자책점). 지난해 SSG에서 21홀드로 활약해 트레이드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잘 추슬러 SSG 필승조의 새 멤버로 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