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명표 '에너지 고속도로'…전력 보낼 방법이 안 보인다 [공약…

본문

17478587265215.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정책은 때로 정권의 향배,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도 각자 에너지 공약을 내걸었다. 요약하자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친(親) 원전 강화’다. 이 후보의 경우 전력망·전기요금·원자력발전(원전) 등 예민한 3대 쟁점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이 내건 주요 에너지 공약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가속 ▶에너지고속도로 건설(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204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 폐쇄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앞세웠다. 김 후보는 ▶원전 비중 확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이다. 이준석 후보는 세부 공약을 내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5%였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8년 29.2%까지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화력 등 나머지 발전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를 두고 정책이 갈린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脫)원전 기조를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으로 돌려 세웠다. 김 후보의 공약은 ‘친원전 시즌 2’ 성격이라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공약과 한계가 주목받는 이유다.

17478587266741.jpg

박경민 기자

하지만 공약의 허점도 있다. 먼저 이미 소화불량 상태인 ‘전력망’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더라도, 수급 불균형이 문제다. 수도권은 전력이 부족하고 지방은 남아 도는데, 수도권으로 보낼 방법이 없어 지방에서 발전한 원전·재생에너지 출력을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공약에서)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을 어떻게 놓을지, 재원이 얼마나 들지 등 세부 대책이 없다”며 “에너지고속도로는 새 정부가 사업에 착수해도 2034년에나 준공 가능한 ‘중장기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표를 두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격인 전기요금에 대한 고민도 빠졌다. 역대 정부는 ‘에너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때문에 일반용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다. 2022~2024년 산업용 전기요금이 68.7% 오를 동안 일반 전기요금은 38.8% 오르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유세에서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 전기요금을 손대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18일 TV토론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곳은 전기요금을 싸게 해주자. 생산지와 소비지 간 요금 차등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도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요금을 원가에 연동하는 ‘원료비 연동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 여론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일까. 이 후보는 원전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18일 TV토론에서는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비중의 문제”라며 “원전을 활용하되 지나치지 않도록, SMR을 추가 활용하자”고 말했다. 탈원전과 친원전 사이 '줄타기'란 평가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 데이터센터 확충 등을 공약한 후보가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에 두고 원전 등을 보조로 삼는 건 모순”이라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전력망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05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