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플랫폼 미정산 또 터졌다…이번엔 '화상 과외' 먹튀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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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과외 플랫폼 '탑클래스 에듀아이'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파산 관련 공지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비대면 과외 플랫폼 ‘탑클래서 에듀아이’가 파산을 선언하면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온 학부모와 강사들이 각각 수강료와 밀린 임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다. 피해자들의 고소장과 진정서를 접수한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고용노동부는 조사에 나섰다.
에듀아이는 2018년 설립된 중소기업이다. 온라인에서 학부모와 강사를 매칭해 비대면 화상 수업을 진행해왔다. 7년간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전국적으로 영역을 넓히며 수강생과 학부모를 모집해오다 지난 15일 돌연 ‘회사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고 공지했다.

21일 에듀아이 사무실 모습.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수민 기자
21일 에듀아이 본사가 있었다는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화상과외 장비로 추정되는 모니터와 헤드폰 수십 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 건물 관계자는 “지난 4월 에듀아이 측에서 ‘잠깐만 있다가 나가겠다’고 들어왔다”며 “지난 15일 직원들이 서류 등 짐을 정리해 나갔다”고 말했다. 임대인 역시 업체 측으로부터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 210여 명 수강료 못 받아…노동청에 진정
소식을 접한 강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에듀아이는 강사들의 수업료를 익월 10일에 정산해왔는데 파산을 알린 지난 15일까지도 4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의 경영악화를 몰랐던 강사들은 5월에도 수업을 계속해왔다. 250만원의 수업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해진(30)씨는 “제때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 문의했더니 ‘15일에 100% 지급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와 기다리고 있었다”며 “약속한 날 파산을 선언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결제부터 대출 상환까지 차질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강사 피해자들이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날 기준 210여 명의 강사가 총 1억50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화상 수업 장비 보증금 총 880만원도 떼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강사 50여 명은 에듀아이를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각 지방 관서에서 사건을 개별적으로 접수하고 있다”며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부모 400여 명 수업료 12억여원 못 돌려받아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날까지 441명의 학부모가 총 12억5320만원의 수업료를 돌려받지 못했다. 설문을 진행한 학부모 이모(50)씨는 “피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학부모가 하루에 10명씩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는 파산 전날까지도 재계약을 했더라”고 말했다.
이씨 역시 지난 3월 “선결제를 해야 수 개월간 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는 에듀아이 직원의 안내에 고3 자녀의 과외비 1200만원을 결제했다. 그는 “아이의 과외를 당장 끊을 수는 없어 강사에게 개별적으로 추가 과외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를 포함한 다수 학부모는 서대문경찰서에 에듀아이 대표 신모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신씨는 지난 16일 피해 학부모들이 모인 카페에 사과문을 올리고 “1년 정도 경영 악화가 있었다.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에듀아이 피해 학부모방' 카페 게시글 중 일부.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
온라인 플랫폼 미정산 사태가 교육계까지 퍼지면서 서비스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2024년 분쟁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 분쟁은 전년보다 45% 증가한 333건이었다. 비대해진 e커머스 시장에서 영세 플랫폼들이 줄지어 파산을 선언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난 이후 경제가 악화하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커머스 피해자들의 특성상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집단 소송이 어렵단 특징이 있는데 이들의 문제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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