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쏘면 ‘서울 골든타임’ 3분…한국형 MD의 심장, 공군작전본부를 가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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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무기운영팀이 항적분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배틀 스테이션(전투 대기)!”
“배틀 스테이션, 확인했습니다.”

21일 경기도 평택 소재 오산 공군기지의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 내 중앙방공통제소(MCRC) 지휘소. ‘탑 다이스(top dais)’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박근형 전투작전처장(대령)이 한반도 공중 위협을 상정한 훈련을 시연하고 있었다.

박 대령의 지시와 부대의 복명 복창이 오간 지 8초 후, 탑 다이스 전면부의 대형 모니터에 충남 서산 소재 20전투비행단의 KF-16 전투기 이글루(격납고)로 조종사·정비 대원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조종사들이 조종석에 앉아 출격 완비까지 걸린 시간은 2분 남짓. 실제 ‘상황’이 걸리면, 전투기를 띄워 공중 교신까지 약 10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은 물론, 최근 몇 년 새 잦아진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으로 인해 이런 비상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은 이날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한반도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KAMD 작전 지휘의 심장부’ KAOC를 언론에 공개했다. KAOC는 MCRC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작전센터가 있는 곳. 최근 북한이 전술핵 소형화와 함께 투발 플랫폼을 다양화하려 하고, 최근 공대공 미사일 실 사격 장면까지 과시한 가운데 KAOC 안에는 남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24시간 한반도 주변 구름·새떼까지 촘촘히 감시  

철저한 보안 출입 절차를 거쳐 KAOC 내로 진입하자 서늘한 기운이 훅 뻗쳐왔다. 창문 하나 없는 이중·삼중의 보안 시설에 들어가보니 “한 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지낸다”(KAOC 관계자)는 말이 이해가 갔다.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복도를 한참 들어가자 MCRC 등 핵심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군의 KAOC는 한반도 하늘을 촘촘히 들여다보는 ‘눈’ 역할을 한다. 한반도 전역과 동해 공역을 고정형·이동형 레이더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으로 샅샅이 훑는다. 유사시엔 곳곳에 배치된 천궁-Ⅰ·Ⅱ,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통한 요격 작전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공군이 운용하는 레이더 망엔 적기와 주변국 항공기는 물론 구름, 새 떼 까지 촘촘하게 찍힌다. 장병들은 어두컴컴한 KAOC에서 각종 콘솔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이런 피아(彼我) 식별과 관련 대응을 24시간 4교대로 하고 있었다.

한반도 상황을 볼 수 있는 현황판을 보니 북 측 영공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항공기가 단 한 대만 떠 있었다. 군의 항공 자산은 물론 민항기조차 쉽게 띄우지 못하는 북한의 초라한 현실이 느껴졌다.

북한이 미사일 쏘면 3~8분 안에 요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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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621항공통제대대 통제사들이 항공관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

공군은 이날 한반도 전구(KTO) 내 미사일 방어 작전을 총괄하는 지휘 통제 기구인 KAMD 작전센터도 공개했다. 2023년 7월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가 성능 개량을 통해 명칭을 바꾼 뒤론 외부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공군은 공식 확인하진 않지만, KAMD 작전센터는 기존에 비해 미사일 항적 탐지 거리 등 작전 능력이 두 배 향상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미측 조기경보위성, 공군 우주미사일대대의 레이더 자산, 해군 이지스구축함이 잡아낸 미사일 항적 정보가 총집결한다. KAMD 작전센터에서 종합한 탄도미사일의 정보는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미사일방어포대에 전송되고, 예상낙탄지역에 위치한 포대는 천궁-Ⅱ, 패트리엇 등 지대공 미사일을 통한 요격 준비를 하게 된다.

이달 8일 북한이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여기서 탐지·분석이 이뤄졌다. 탄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최단 3분, 부산까지 8분 안에 도달하는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10년 간 북한은 130여회에 걸쳐 약 300발의 미사일을 쐈는데, 과반이 근·단거리(CRBM·SRBM) 도발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은의 ‘칼 끝’은 결국 남측을 향해 있는 셈이다.

발사 징후 포착시 선제 타격을 의미하는 3축 체계의 킬체인(Kill Chain)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곳도 KAMD 작전센터다. KAMD 작전센터에서 탐지한 미사일 비행 궤적을 역 계산, 예상 발사 지점을 산출해 대탄도미사일(CBM·Counter Ballistic Missile) 작전상황실에 전송하기 때문이다. 이후 CBM 작전실은 가용한 연합 항공 자산을 동원해 킬체인 작전을 수행한다.

주일미군 기지에서 탐지하는 사격통제레이더(AN/TPY-2) 정보, 일본의 지상 배치 레이더인 JADGE 레이더 정보 등 한·미·일의 미사일 정보 공유도 KAMD 작전센터에서 이뤄진다.

KAOC 복도에선 미군 장병들을 자주 마주쳤다. 공군이 이곳을 “연합 항공 작전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게 실감났다. KAOC에선 미7공군의 607항공우주작전본부 등과 평시에도 함께 임무를 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의 연합 감시·정찰 자산을 통합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 한·미 양국의 공군 사령관은 이곳에서 작전 상황과 공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찰·방어·공격 등의 공중작전과 전시 육·해·공군 미사일 작전을 통제하게 된다.

러시아 타고 퀀텀 리프 하는 북한 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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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작전센터에서 공군 관계자가 임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

군 당국은 북·러 협력 이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지상 레이더 만으론 탐지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군은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운용, 현재까진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모두 잡아냈다. 다만 현재 E-737은 네 대 뿐이라 한 대라도 고장나면 감시 공백이 불가피하다.

3m 이하 소형 드론 역시 공군의 레이더 감시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경험을 익힌 김정은은 자살 폭탄 드론 양산을 지시했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군은 육군의 국지 방공레이더 등을 활용하고 있다. 공군은 이 정보 역시 MCRC로 전송 받아 필요시 공중 대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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