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오늘만큼은 내가 레전드” 손흥민 15년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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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kg에 달하는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든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의 xxxx-xxxx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끝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 허리춤에 태극기를 두른 토트넘 손흥민(33)은 “이제 당신은 레전드인가”라는 질문에 격양된 목소리로 답했다. “네. 레전드라고 하죠.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오늘만큼은요.” 자신을 낮추던 평소와 달랐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7년간 누구도 (우승을) 해내지 못했다.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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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누가 밀어서 박았다”며 이마에 난 상처를 보여주면서도 웃었다. [사진 토트넘 SNS]

이렇게 좋아하는 손흥민은 지금껏 없었다. 프로 데뷔 15년 만의 첫 우승. ‘무관(無冠)의 한’을 풀었으니 그럴 만했다. 토트넘은 이날 결승전에서 맨유를 1-0으로 꺾었다. 결승골은 전반 42분에 나왔다. 토트넘의 파페 사르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한 브레넌 존슨이 발을 갖다 댔다. 공은 맨유 수비수 루크 쇼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선발진에서 빠졌던 주장 손흥민은 후반 22분 교체 투입됐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로부터 주장 완장을 건네받은 그는 드리블 돌파와 프리킥으로 공격에 나섰다. 팀이 한 점 앞선 상황이라 수비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는 제임스 매디슨과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그렇게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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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우승이 확정된 뒤 허리에 태극기를 두르고 포효하는 손흥민. 평소 자신을 낮추던 그는 이날 ‘당신은 레전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마음껏 환희를 분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 10월 30일 함부르크(독일)의 18세 손흥민은 자신의 프로 데뷔전인 FC쾰른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당시 그는 매일 밤 유로파리그 공인구를 품에 안고 잠들었다. 레버쿠젠(독일)을 거쳐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그는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과 푸슈카시상 등 숱한 개인상을 받았다. 토트넘에서 453경기를 뛰며 청춘을 보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xxxx-xxxx 시즌 EPL, xxxx-xxxx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xxxx-xxxx 시즌 리그컵에서 모두 준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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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지난 시즌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간 해리 케인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했다. 6년 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선발진 11명 중 지금껏 토트넘에 남은 건 손흥민뿐이다. 그렇게 홀로 남아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우승컵을 토트넘에 안겼다.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은 이제 케인을 넘어 토트넘 현대사의 최고 선수로 남을 수도 있다. 케인은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의심하는 이들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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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웅정씨 품에 안긴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직후 손흥민은 관중석의 아버지 손웅정씨 품에 안겼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울먹이며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랑스럽고,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우승이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끼운 그가 토트넘과의 동행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내년 6월 계약이 끝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팀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토트넘에도 33세 손흥민의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차범근(72)은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이가 내 생일에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을 들어올렸다. 내가 그 무거운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날도 22일이었는데, 굉장한 우연”이라고 썼다. 차범근은 1980년 프랑크푸르트, 88년 레버쿠젠 시절 UEFA컵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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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스포츠 인스타그램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배경으로 손흥민이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BBC 스포츠 SNS]

☞유로파리그=UEFA가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으로 챔피언스리그의 하위 대회다. 토트넘이 속한 EPL의 경우 그간(다음 시즌부터 바뀜) 1~4위는 챔피언스리그에, 5위와 FA(축구협회)컵 우승팀은 유로파리그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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