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연구는 우리의 정체성...카모플라쥬 철학 잇는 ‘스캔 카모’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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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테크웨어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가 2025 봄·여름 시즌을 맞아 ‘스캔 카모(Scan Camo) 컬렉션’을 공개했다. 뮤지션 PH-1(피에이치원)이 착용한 후드 재킷은 소금 평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패턴이 특징이다. 기능성에 특화된 스톤 아일랜드답게 도시부터 사막 등 극한 환경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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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스톤 아일랜드가 새롭게 공개한 ‘스캔 카모’ 컬렉션. 사진 스톤 아일랜드

카모플라쥬 철학

‘스캔 카모 온 스트레치 립스탑-OVD’ 후드 재킷은 제품명처럼 직관적인 기능을 갖췄다. 신축성 좋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 립스탑 소재에 투톤 카모 피그먼트 프린트를 입혀 제작됐다. 우리가 흔히 군복 무늬라고 일컫는 카모플라주(camouflage) 패턴은 스톤 아일랜드 입장에선 디자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 스캔·염색·소재 연구를 통해 패턴을 꾸준히 재해석하며 실험 정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열 반응형 소재로 무늬가 변하는 ‘아이스 카모(1991년)’, 가볍고 투명한 특수 소재를 사용해 옷의 구조를 드러낸 ‘모노필라멘트 카모(2002년)’, 서바이벌 게임처럼 완성된 옷에 색상을 터트리는 기법을 사용한 ‘페인트볼 카모(2019)’가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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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션 PH-1이 ‘스캔 카모 온 스트레치 립스탑-OVD’ 후드 재킷을 착용했다. 사진 스톤 아일랜드

이번 시즌 스캔 카모는 스톤 아일랜드 아카이브에 보관된 카모플라주 원단을 스캔하고 혼합·가공해 새롭게 완성한 패턴이다. 베이지와 블루 톤의 조합은 광활한 우유니 소금 평원을 떠올리게 한다. 건조한 호수 바닥에 남은 소금과 광물이 만든 자연스러운 균열에서 시각적 영감을 받았다. 특유의 밝은 색감은 의류 염색 공정을 통해 구현됐다.

기술로 완성한 스타일

스톤 아일랜드가 의류계의 혁신으로 불리는 이유는 고도의 기술로 집약된 ‘기능성’ 때문이다. 스캔 카모는 군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유기농 면 립스탑 소재로 제작됐다. 립스탑은 찢어짐(rip)을 멈추게(stop)하기 위해 설계된 직물로 망사 구조 덕분에 손상이 가더라도 주변으로 쉽게 퍼지지 않는다. 여기에 신축성을 더해 움직임이 자유롭고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후드 재킷 내부에는 메시 소재의 바라클라바(두건 형태의 마스크)를 내장해 사막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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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블랙·밀리터리 그린으로 구성된 스캔 카모 컬렉션. 사진 스톤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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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브러싱 처리된 오가닉 코튼 후드 스웨터를 입은 pH-1. 오른쪽은 나일론·오가닉 코튼으로 구성된 더블 페이스 소재의 니트 쇼츠. 사진 스톤 아일랜드

전체적으로는 브랜드 고유의 ‘가먼트 다이(Garment Dye)’ 공정이 적용됐다. 브랜드 창립자 마시모 오스티가 발전시킨 특수 염색 기술로 옷을 완성한 후 염료를 입히는 실험적인 방식이다. 불균일하면서도 입체적인 톤을 통해 살아있는 옷의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 이밖에 ‘그린 카모’와 ‘블루 스토리’ 등 다양한 라인이 이번 컬렉션에 포함됐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공동체

스톤 아일랜드는 202 5년 컬렉션과 함께 ‘커뮤니티를 연구의 한 형태로(Community as a Form of Research)’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들과 협업해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뮤지션 존 글레이셔, 힙합 아티스트 긱스 그리고 축구 선수이자 사업가인 나카타 히데토시가 참여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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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OOH(옥외광고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뮤지션 PH-1. 사진 스톤 아일랜드

한국계 미국인 래퍼 PH-1은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 롱 아일랜드에서 성장하며 다문화 정체성을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욕설이나 비속어 없이도 힙합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며 음악의 다양성과 수용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캠페인 이미지에는 각 인물의 초상과 함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전설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오브리스트가 구성한 ‘100개의 질문’들이다. 스톤 아일랜드가 새로운 의류를 향한 ‘연구’로부터 탄생했듯, 이번 프로젝트 역시 ‘다양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리서치로 기능한다. 이는 전 세계의 서브컬처를 탐구하며 정체성을 쌓아온 브랜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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