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유대 총격범, 아파트에 팔 어린이 사진 걸어…SNS 암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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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야론 리신스키(30·오른쪽)와 사라 린 밀그림(26).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대사관 직원 2명을 살해한 총격범이 과거 반전 단체와 극좌 성향 단체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소셜미디어(SNS)에 총격범의 이름이 적힌 성명이 올라왔는데, 무장 행동을 언급한 내용이 있어 경찰이 조사 중이다.
지난 21일 밤(현지시간) 워싱턴 유대인박물관 인근에서 총격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엘리아스 로드리게스(31)는 시카고 출신으로 일리노이대 졸업 후 비영리 의료단체 정골의학협회(AOIA)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리게스는 사건 전날 시카고에서 항공기로 왔는데,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기를 위탁수하물로 신고해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총격 전날 "이스라엘 잔혹 행위 설명 못 해"

22일 미국 워싱턴DC 유대인 박물관 인근 총격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순찰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과거 팔레스타인과 연대해 가자전쟁 반대 시위를 조직했던 반전 단체 '앤서(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의 시카고 지부 회원이었다. 또 한때 극좌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회주의진보당(PSL)에도 소속돼 있었다. 이 단체는 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이 총격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지난 7년간 용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아파트 창문에 2023년 시카고 외곽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팔레스타인계 어린이 와디 알파유미(6)의 사진을 걸어뒀다고 한다. 당시 살인범은 최근 증오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사건 직전 익명의 X 계정에 "가자지구 확전, 전쟁을 집으로"라는 제목의 선언문이 올라왔는데, 여기에는 로드리게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선언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른 잔혹한 행위는 설명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가)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 있다"고 했다. 댄 봉기노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이 글을 인지하고 있으며, 곧 진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폭탄 테러도…공관 보안 강화 태세

22일 워싱턴 DC 백악관 맞은편 라파예트 광장에서 열린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추모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다. AFP=연합뉴스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은 해외 공관 직원들의 보안 강화에 나섰다. 이스라엘 공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격의 대상이었다. 199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이스라엘대사관에선 자살폭탄 테러로 직원을 포함해 29명이 숨졌다. 1982년 주영국 이스라엘대사 암살 미수 사건, 2012년 인도 뉴델리 이스라엘 외교 차랑 폭탄 사건 등도 있다.
이스라엘의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항상 주위를 둘러보고 차량 밑까지 살펴야 한다"며 "자신의 이름으로는 무언가 예약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뭔가 사고 싶을 때는 정기 구매나 온라인 대신 나가서 그 자리에서 사야 한다"고 FT에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건 이후 성명에서 "끔찍한 반유대주의 살인에 분노한다"며 전 세계 이스라엘 공관의 보안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혈전은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피격 사건 이후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로 '모든 인질 석방, 하마스 제거, 트럼프의 주민 이주 계획의 실행'을 제시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오랜 봉쇄로 기아 위기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마지드 아부 라마단 팔레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최근 며칠 사이 어린이와 노인 29명이 굶주림과 관련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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