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도입과 인식 개선에 앞장서

40대 중후반 여성에서 주로 발병

조기 진단·치료가 생존율 10년 늘려

정욱진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글로벌 제약사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전 세계 인구의 1%가 겪는 희귀난치성 질환. 국내 5년 평균 생존율이 암보다 낮은 질환. ‘폐동맥고혈압’의 이야기다. 폐고혈압의 한 유형인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알려진 고혈압과는 다른 병으로 치명도가 훨씬 높다. 일반적인 고혈압은 전신 혈관에 영향을 주는 반면 폐동맥고혈압은 심장과 폐를 잇는 동맥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태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희소 질환인 데다 초기 증상도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서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의 권위자다. 국내에 질환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부터 폐동맥고혈압을 연구하며 인식 개선과 치료제 도입에 앞장서 왔다. 연구 기간만 자그마치 20년이다. 2020년엔 국내 최초로 한국인의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유전자 특성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가천대 의과대학에서 만난 정 교수는 “폐고혈압 중에서도 드문 폐동맥고혈압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아직도 좋은 치료제 일부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지만 정밀의료가 구현된다면 지금보다 치료 환경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 교수가 폐동맥고혈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여 년 전 심장 초음파를 보던 때였다.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던 시절 벤타비스라는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폐동맥고혈압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됐다. 당시 정 교수에게 치료받은 한 10대 환자는 17년 넘게 꾸준한 진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유지해 왔다. 정 교수는 ‘기적’ 같은 결과였다고 회상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의사에게도 낯선 질환이다. 그만큼 진단이 어렵고 오진 가능성도 높다. 여러 임상과 전문의를 통한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인 이유다. 정 교수는 “국내에는 폐동맥고혈압을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센터가 거의 없다”며 “다학제 진료팀을 갖춘 병원도 드물다. 가천대길병원을 포함해 손에 꼽힐 정도인데, 숨은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려면 전문센터가 많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