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달러' 저물자 유독 원화값 치솟았다…7개월만에 최고, 왜

본문

달러당 원화값이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전으로 되돌아가면서 ‘강달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원화 가격 상승 폭은 유로‧엔‧위안 등을 모두 웃돌면서 전 세계 주요 통화 중 가장 컸다.

미국 불확실성 커지자 달러 하락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3일 달러당 원화값은 1366.5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야간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6일(1364.5원) 이후 가장 높다. 원화값은 지난주 내내 상승세(환율은 하락)를 이어갔다. 일차적으로 달러 약세가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겼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99.05까지 하락했다.

2022년 4월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넘어선 이후 113까지도 상승하는 등 100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지난달부터 100 안팎에서 넘나들고 있다. 그러다 지난 21~23일엔 3일 연속으로 99대(99.11~99.96)에서 거래를 마쳤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점인 100을 밑돌면 달러 가치가 약세라는 의미다.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시작한 ‘강달러’ 기조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까지 커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영향이다. 미 국가 신용등급마저 하락(무디스)하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미국 재정 상황을 불안해하면서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하며 시장을 뒤흔든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며 “지난주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의 주간 하락률이 2%로, 6주 만 최대”라고 설명했다.

17481612081341.jpg

김경진 기자

환율 협상 기대에 원화값 유독 올라

달러가치 하락은 전 세계 통화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주요 통화 중에서도 원화값이 유독 강세를 보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23일 야간 종가를 기준으로 한 주 동안 2.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2.13%), 스위스 프랑(2.07%), 영국 파운드(1.94%), EU 유로(1.77%), 캐나다 달러(1.69%)보다 강세 폭이 컸다. 1달 전과 비교해도 원화의 상승 폭이 5.36%로 가장 컸다. 이들 통화를 비롯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준 국제 결제에 가장 많이 쓰이는 10개 통화 중에 원화보다 절상 폭이 큰 통화는 없었다.

한국과 미국 간 환율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선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다수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환율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 듯하다”면서도 “달러 강세가 장기화한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값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감세안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0년 평균 가격과 비교할 때 한국 원, 인도네시아 루피아, 대만 대만달러, 인도 루피 등이 저평가된 통화로 파악됐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감세안이 미국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달러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정치‧통상적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확대되면 달러당 원화값을 1300원 초반까지도 열어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77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