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수비결? 맘 편한 게 최고” 백살 할머니가 밭 매는 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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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서마을에는 100세를 넘긴 세 할머니가 산다. 할머니들은 모두 10대에 시집와서 80년 넘게 살고 있다. 지금도 큰 병치레 없이 지낸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103세 임생금 할머니, 100세 김두리 할머니, 100세 오무식 할머니. 김윤호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하서마을에는 우리 나이로 100세를 넘긴 할머니 세 명이 산다.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는 올해 103세다. 할머니들은 여전히 호미를 들고 밭을 매며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른다. 병원도 요양원도 아닌, 흙과 이웃 사이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곳은 말 그대로 장수촌이다.

지난 26일 찾은 하서마을. 마을 뒤편으로는 대운산 자락이 길게 뻗어 있고, 옆으로는 맑은 남창천이 흐른다. 마을 입구에 있는 붉은 벽돌집 앞에 임생금(103) 할머니가 서 있었다. “보통은 아침에 밭에 나가 콩이나 깨를 심는데, 오늘은 집에서 좀 쉬고 있지.” 허리를 곧게 펴고 걷는 모습에서 또렷한 기운이 느껴졌다. 목소리는 단단했고, 눈빛은 맑았다. “이도 튼튼해. 밥 먹을 때 숟가락, 젓가락질도 잘해.”

마을회관 쪽으로 가니 김두리(100) 할머니가 스카프를 곱게 두른 채 나왔다. “마음이 늘 편안해. 그래서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가.” 김 할머니는 매일 아침 마을회관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동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일과처럼 지킨다. “자꾸 움직여야지. 먹는 것도 잘 먹어. 고기도 많이 먹어.”

하서마을에는 현재 175명이 살고 있다. 이 중 70대 이상이 60여 명, 80대 30여 명, 90대 10명. 100세 이상 3명이다. 임생금(1923년생), 김두리(1926년생), 오무식(1926년생) 할머니다.

밭에 깨를 심고 마을로 돌아오던 오무식(100) 할머니는 “농번기엔 밭에 나가고, 가끔 장날엔 상추나 양파, 미나리 같은 걸 시장에 내다 팔아 용돈벌이도 해. 귀가 좀 어두운 게 불편해”라고 했다. 마을회관 방을 정리하던 홍순연(89) 할머니는 “백살 넘은 (세 명의) 언니들에 비하면 난 어린 편이지”라며 웃었다.

백살을 넘긴 세 할머니는 모두 10대 후반에 하서마을로 시집와서 땅을 일구고 자식을 키우며 8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다. 남편과는 모두 사별했다. 지금도 큰 병치레 없이 스스로 밥을 짓고 움직인다. “장수 비결”을 묻자 “밭에 나가고, 동네를 걸어 다니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마음 편하게 상추나 된장, 콩 같은 시골 밥을 잘 챙겨 먹는 게 건강 비결 아닐까”라고 했다.

마을회관은 할머니들의 사랑방이다. 아침이면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점심에는 물김치나 된장, 밭에서 딴 상추로 함께 식사한다. 이날 점심은 채소를 듬뿍 넣은 비빔밥이었다. 마을회관 안에서는 웃음소리와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부산 아들네 갔다가 어제 돌아왔어”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 할머니들은 이렇게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외로움을 잊고,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듯했다.

지난 1일 마을에선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100세가 넘은 것을 축하하는 상수연(上壽宴)이다. 주민과 가족, 온양읍 관계자들이 모여 백 살 넘은 할머니들에게 꽃다발과 감사패를 전하고 장수를 축하했다. 오세웅 마을 이장은 “100세 어르신들은 우리 마을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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