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차 캐즘 길어지자 백페달?...GM, 내연차엔진에 1.2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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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부진이 길어지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자 다시 내연기관에 집중하면서 전동화 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공장에 8억88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6세대 8기통 엔진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GM은 앞서 2023년 해당 공장에 3억 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계획을 바꿔 내연기관 엔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GM은 출력을 높인 차세대 엔진을 2027년부터 생산해 대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장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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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제너럴모터스(GM) 조립 공장 모습. AFP=연합뉴스

전기차 판매 부진이 길어지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든 10만대였다. 2021년 이후 미국의 월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건 이번이 3번째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판매량(146만대)은 9.9% 늘었는데도, 전기차는 덜 팔린 것이다. 2022년 25만대였던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30만대까지 성장했지만, 그 이상의 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에 세액공제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친화석 연료 정책 기조를 내세우자 완성차 기업들도 호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 연방 상원 의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고 지난 18일 보도 했다. 토요타는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50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고, 혼다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율 목표를 30%에서 20%로 조정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전동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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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전동화에 가장 앞장섰던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 과징금 부과를 3년 유예했다. 당초 EU는 올해부터 신차의 탄소 배출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g당 95유로(약 15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가 약 160억 유로(약 25조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다. 이에 폭스바겐은 5년간 1800억 유로(약 280조원)를 전기차에 투자하려던 2023년 발표 계획을 바꿔, 내연기관에 600억 유로(약 93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EU의 환경 규제 완화는 중국 전기차 공습으로부터 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은 탄소 배출 과징금 대상이 아닌데다 규제가 강하면 중국 업체들의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신차 판매 중 중국산 비중은 2020년 1월 1.6%에서 지난 1월 7.8%로 5년 만에 4.8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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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쑤저우 타이창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비야디(BYD) 차량이 모여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하이브리드차를 전동화 계획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지난 3월 문을 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지만,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차도 같이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가격이 낮아질 때까지 캐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저렴해야만 충전 등 불편사항이 있더라도 구매할 것”라며 “그동안 보조금이 가격을 낮춰주는 역할을 했지만, 재정 부담이나 중국 전기차 업체 견제 등을 이유로 보조금이 줄고 있으므로 결국 기술 고도화로 생산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캐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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