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도 천재, 이젠 한국인 벤처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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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으로 태어났지만 지난 20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아이치 샤티야브러타(41)씨. 객원교수로 재직 중인 부산대 교정에서 귀화 증서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외국인 최초로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지원을 받은 덕분에 지난해 인공지능(AI)분야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믿고 지원해준 한국에 보답하고자 귀화를 결심했습니다.”

지난 20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인도 출신 아이치 샤티야브러타(41)씨의 말이다. 부산대 객원교수이자 사업가로 바쁜 그를 27일 부산대 교정에서 만났다.

박사과정 공부를 위해 2014년 한국에 온 그는 “5년 정도 지나자 제2의 고향으로 느껴질 만큼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며 “한국 정부가 다양한 창업 지원을 해준 덕분에 사업 아이템을 찾았고, 컴퓨터 공학 강국인 한국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한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서 한국 국적을 받은 50명 가운데 해외동포 출신이 아닌 외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1983년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난 그는 상위 0.5% 우등생만 진학할 수 있는 인도 공과대학(IIT)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아버지가 교수였고 가정형편은 넉넉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한국에서 서울대 가면 인정받듯이 인도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루 16시간씩 공부했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인도 자동차 회사인 타타모터스였다. 2년쯤 지난 후 회사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 없이 반복된 일상이 이어지자 과감히 그만뒀다. 2010년 일본 회사로 이직해 태국을 오가며 2년간 근무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고 한다. 그는 “IT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개발에 관심이 생기던 때 알고 지내던 카이스트를 졸업한 친구가 한국 유학을 추천했다”며 “서울대 교수에게 이메일로 입학을 문의했더니 인제대를 연결해줬다”고 말했다.

2014년 혈혈단신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인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한국어 공부를 병행했다. 그는 “나름 언어감각이 있었다. 한국어 수업을 1년 정도 듣고 나니 일상 대화는 물론 한글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한국말도 못 하던 제가 5년 동안 논문을 100편 넘게 발표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20년부터 인제대에서 시간강사로 데이터 관련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여러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라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창조혁신센터 추천으로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1년 동안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한국 정부 지원으로 의료 관련 연구도 다양하게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사업 확장성을 발견하고 회사를 차렸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데 이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주는 회사”라며 “직원 5명으로 현재 매출은 연 1억원을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공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병행할 생각이다. 그는 “한국에서 받은 게 너무 많다. 회사를 키워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이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 강국이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없어 창업 못 하는 한국 청년을 돕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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