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흘린 땀방울 눈물 안 되게…은퇴 선수들, ‘인생 2막’ 이렇게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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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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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출신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안경현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장. 장진영 기자
야구 선수 출신 안경현(55)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KPBAA) 회장 겸 야구해설위원은 근래 들어 ‘예체능 연결고리’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스포츠는 물론,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체능 전반에 걸쳐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과 지도 능력을 갖춘 강사를 선별해 레슨을 원하는 소비자와 엮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안 회장은 “예체능 전문가를 일반인들과 연결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모두의 예체능)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면서 “국가대표급 전문가에서부터 단순 아르바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강사진을 구축하고, 양쪽을 효율적으로 매칭할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2011년 은퇴 이후 ‘남들처럼’ 야구 아카데미를 열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건 야구를 그만둔 뒤 마땅한 새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은퇴 이후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도자의 문은 좁고, 창업하기엔 경험도 준비도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언급한 그는 “은퇴 이후 ‘경력 단절’ 상태로 지내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려다 일이 커졌다”며 활짝 웃었다.

안경현 회장은 은퇴 후 할 일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가 범위를 점차 확장해 예체능을 아우르는 수준으로 키워냈다. 장진영 기자
처음엔 야구선수 후배들 위주였다. 이후 축구, 농구, 골프 등 프로 종목을 거쳐 양궁, 유도, 레슬링, 펜싱, 볼링, 바둑에 이르기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안 회장의 취지에 공감해 윤석민, 정민태, 양준혁, 장성호, 마해영, 김동수, 장종훈(이상 야구), 이대훈(태권도), 우지원(농구), 신아람, 김준호(펜싱), 조훈현(바둑), 류서연(볼링), 박희정(골프) 등 종목별 전설들도 속속 합류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 회장은 미술과 음악 등 예능 영역까지 발을 뻗어 ‘예체능을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안 회장은 “운동선수 출신뿐만 아니라 음악선생님, 뮤지컬 배우, 연기자, 아나운서, 댄서, 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나와 함께 한다”면서 “검증을 거친 강사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100개 이상의 예체능 클래스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사들과 소비자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앱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예체능 레슨을 넘어 멘토링과 창업 컨설팅, 대회 개최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토털 케어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체육인 직업 안정 사업
매년 5000명 안팎의 운동선수가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지만, 이들 중 4학년까지 선수 자격을 유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새 삶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대부분이 진로 전환 준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2023년에 진행한 은퇴선수 진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동선수의 평균 은퇴 연령은 23.6세로, 대한민국 평균(49.3세)과 비교해 20여 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선수 실업률도 37.6%에 이른다.
지난 2022년 제정돼 실행 중인 체육인복지법은 안 회장처럼 제2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체육인들을 더 많이 발굴·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법안을 바탕으로 탄생한 체육인 직업 안정 사업은 은퇴(또는 예정) 선수와 지도자, 심판을 대상으로 ▲지도자 연수 ▲창업 지원 ▲취업 지원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정밀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도자 연수의 경우 국내는 40명에게 10개월간 매월 240만원, 국외는 10명에게 최대 6개월간 최대 400만원을 지원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돕는다. 창업을 희망하는 체육인들에겐 1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시장조사비 300만원을 지급한다. 기존 창업자들 중에서도 30명을 선발해 10개월 과정의 보육 프로그램과 함께 800만원 상당의 컨설팅 비용을 제공한다. 취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있다. 총 40명을 선발해 스포츠분야 안팎에서 8개월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1인당 월 230만원의 지원금도 지급한다.

체육인복지법을 근거로 탄생한 체육인 직업 안정 사업은 안경현 회장의 뜻과 마찬가지로 은퇴했거나 앞둔 체육인들의 인생 2모작을 돕는다. 장진영 기자
안경현 회장은 “내가 처음 사업을 일굴 당시에 체육인복지법이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뜻을 가진 체육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체육인복지지원포털(spowell.kspo.or.kr)에서 가능하며, 체육인복지법상 체육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체육인복지법상 체육인은…
①선수 –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경기 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기간이 총 5년 이상이면서 연속하여 3년 이상 등록된 적이 있는 사람 중 아래 대회 출전 경력이 있는 사람
②지도자 –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경기 단체에 지도자로 등록된 기간이 총 5년 이상인 사람 중 아래 대회에 출전한 선수를 지도한 경력이 있는 사람
③심판 – 국민체육진흥법에 다른 경기 단체에 심판으로 등록된 기간이 총 5년 이상이면서 아래 대회에서 매년 1회 이상 3년 동안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
*대회 – 올림픽, 패럴림픽, 데플림픽, 아시아경기대회, 국제경기연맹 주관 세계선수권대회, 세계대학경기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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