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0m 대기줄에 되돌아가기도…'사전투표 열기' 이런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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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낮 서울 중구 소공동 사전투표소 앞에 점심시간에 짬을 내 들른 직장인 등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신혜연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일부 투표소의 대기줄이 500m가 넘을 정도로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서울과 경기, 인천 곳곳의 사전투표소엔 오전 6시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들이 몰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러 온 유권자는 기다리다가 미처 투표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사전투표소엔 오전 11시30분쯤부터 관외 선거인 대기자 줄이 500m가량 길게 늘어섰다. 백모(31)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사전투표를 해라’고 얘기해 짬을 내 나왔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임모(60)씨도 “근무 중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왔다”며 “나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본 한 시민은 “오늘 투표 못 하겠다”라고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유권자가 몰리면서 투표소 주변엔 보행자 및 통행 차량 안내를 위해 배치된 안전요원들이 분주해졌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낮 서울 중구 소공동 사전투표소 앞 관외 대기줄 표지판 근처에서 직장인 등 유권자들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투표 열기는 오전 6시 개시 전부터 뜨거웠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청파동 사전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한 박영미(62)씨는 “출근 전에 투표하려고 일찍 와서 기다렸다”며 “이번 대선은 국민 불안을 끝내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참정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배달종사자 및 환경미화원들도 동이 트기 전 새벽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후암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박모(53)씨는 “일하는 도중 짬을 내서 동료와 함께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경기 수원 영통2동 사전투표소에선 라이더 조끼를 입은 강모(37)씨가 “어젯밤부터 10시간 정도 일하다 퇴근길에 들렀다”며 “확실히 내 삶을 바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오전 생애 첫 투표에 나선 수원 광교고 김준헌(18·왼쪽)군이 어머니 김민선(51)씨와 함께 경기 수원 광교1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손성배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오전 6시 경기 수원 영통2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온 박노일(89·오른쪽) 할아버지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생애 처음으로 투표하기 위해 온 고등학교 3학년생부터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도 투표한 노인도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2007년 5월 18일생으로, 갓 만 18세를 넘긴 수원 광교고등학교 3학년 김준헌(18)군은 “첫 투표라 떨렸다. 생일이 지난 친구들에게 국민 의무의 첫걸음인 투표에 동참하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일(89·경기 수원)씨는 “이승만 대통령과 신익희 선생 선거 때부터 투표했고, 나라를 구하는 유능한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온 부모, 예비부부들도 투표소로 향했다. 생후 8개월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투표소에 온 안동찬(42)씨·조아영(38)씨 부부는 “공정한 세상, 반칙하지 않고 편법으로 이익을 보지 않으면서 노력한 만큼 보답 받는 세상에서 아이가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12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예비부부 조성현(33)씨·김민아(27)씨는 “어떤 후보를 택할지 심도 있는 토론을 했으나 서로 누굴 뽑았는지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오전 안동찬(42)·조아영(38)씨 부부가 생후 8개월 안도현군과 함께 경기 수원 광교1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손성배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오전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조성현(33)·김민아(27)씨가 경기 수원 영통2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손성배 기자
인천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엔 수백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인천공항 사전투표소라고 적힌 문구 앞에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남기려는 행렬도 있었다. 티웨이항공 객실 승무원 김수지(25)씨는 “이번엔 임기를 다 채우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트남 호찌민으로 여행을 떠나는 김민재(47)씨 부부는 “여행이 6월 7일까지여서 투표를 못 할 뻔했는데, 사전투표소가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공항 투표소를 본 외국인들도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휴가차 남편,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 온 필리핀 국적 그레이스(45)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건 한국의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국장에 설치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여행객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29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30대 여성 유권자가 여행 차 출국 전 투표한 뒤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다. 이영근 기자
이날 오후 2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사전투표 전국 평균 투표율은 12.34%로, 전국 단위 선거에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547만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2022년 20대 대선 사전투표 동시간대 투표율인 10.48%보다 1.86%p 높고, 지난해 22대 총선 사전투표 당시 동시간대 투표율인 9.57%보다 2.77%p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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