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멕시코 세계 첫 판사직선제 선거…투표용지만 9장, 후보 3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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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다음달 1일 세계 최초로 판사를 국민 투표로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주 사포판에 위치한 전국선거연구소에서 관계자들이 다음달 1일 판사 선거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최소 6장 짜리 투표 용지에 후보자만 200여명이 등장하는 등 복잡한 투표 방식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사법 개혁이 혼란스러운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유권자는 3000명 이상의 후보 중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앞서 멕시코 의회는 지난해 9월 판사를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 도입, 대법관 정원 감축(11명→9명), 대법관 임기 단축(15년→12년)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헌안은 전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요 역점 사업이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때마다 판사들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후임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사법부 개혁 필요성을 들어 판사 직선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2022년 기준 멕시코의 불처벌 지수는 95%로 대부분의 범죄가 수사·기소·판결 없이 종결되는 등 멕시코 국민들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주 사포판에 위치한 전국선거연구소에서 관계자들이 다음달 1일 판사 선거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헌안 통과 후 8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선 대법관 9명을 포함해 881명의 판사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게 된다. 전체 판사의 절반이 교체되는 것으로, 나머지는 2027년 선거에서 교체될 예정이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총 1만 8000여명의 지원자 중 자격 심사를 통해 3442명을 후보자로 추렸다. 법학 학위와 5년간의 법조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출마가 가능하다.
투표 방식은 지역마다 6~9장 짜리 투표 용지에 200~300명의 후보가 등장할 정도로 복잡하다. 예를 들어 수도 멕시코시티의 유권자들은 9장의 투표용지에 나열된 300명의 후보 중 50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에 비해 정부가 TVㆍ라디오 유세 등을 금지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소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후보를 확인하려면 몇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블룸버그는 “결국 SNS와 개인 경비로 유세를 벌이는 ‘정보 부족 선거’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엔콜(Enkoll)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조사에서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치러진 대선 투표율(61%)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투표율을 10~20% 수준으로 전망했다.
여당 지지 성향의 후보가 대거 당선될 경우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편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후보는 자신을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변호사’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여당 인사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SNS상에 게시하고 있다. 마약 밀매 조직이 후원하는 후보가 사법부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가 지목한 고위험 후보 17명에는 악명 높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조직의 변호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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