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명한 두 후보의 노동정책..."정작 '일자리 공약&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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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이재명과 ‘노동운동가’ 김문수.

‘노동’은 두 대통령 후보의 인생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다. 그만큼 공약에서도 가장 뚜렷한 색채가 드러난다.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등 주요 쟁점마다 두 후보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선명한 노동정책과 달리 정작 구체적인 일자리 공약 등 고용정책이 보이지 않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두 후보는 근로시간 정책부터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단축’에, 김문수 후보는 ‘유연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해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도 주 4.5일제를 제시했지만, 주 40시간 체계를 유지하면서 유연근로제를 활성화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탄력ㆍ선택근로제 사용 기간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소득 전문직에는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공약집에 담겼다.

각각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조합 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노란봉투법‘ 입법을, 김문수 후보는 기업이 부담을 호소해온 ‘중대재해법 완화’를 각각 공약에 포함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두 후보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이 법은 하청업체가 원청과도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불법 파업이 늘고, 원청의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산업 현장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문수 후보 역시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부터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헌법과 민법에 맞지 않는 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기업 활동이 어려워진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도 두 후보는 뚜렷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김문수 후보는 기업들이 고충을 호소해온 만큼, 처벌 수위를 완화하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차등 적용해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강조하며 “사업자들이 ‘잘못하면 나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 뒤 사망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히는 등 현행 법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년 정책도 시각차가 분명하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계가 추진하는 법적 정년연장과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에 담은 반면, 김문수 후보는 법적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임금을 조정해 재고용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동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이 내놓은 대표 정책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다. 그는 지방자치 강화를 내세우며, 정부가 기준 최저임금을 정하면 지자체가 ±3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나 노동생산성 제고 같은 시급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작 시급한 실천적 정책보다는, 각 후보가 자신들의 ‘표밭’인 노동계와 기업을 의식한 진영 논리 중심의 노동 공약만 많다”고 평가했다.

공약에서 ‘일자리’ 정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김문수 후보는 AI 대학원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등을 통해 총 20만 명의 AI 청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만 제시했을 뿐이다. 이재명 후보 역시 AI 미래 인재 양성과 청년ㆍ지역 중심 고용정책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실행 방안은 빠져 있다. 앞선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가 디지털ㆍ에너지ㆍ사회서비스 분야의 대전환을 통해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청년, 중ㆍ장년, 노년 등 전 세대가 각기 다른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공지능(AI) 격변기 속에서 일자리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시점인데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정책 방향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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