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5% 품목관세는 그대로…한국,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

본문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한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다. 이 결정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29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미국이 한국에 매긴 25%의 상호관세 중 현재 부과하는 기본관세 10%와 7월 초부터 부과할 예정인 국가별 개별관세 15%는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입장에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5% 상호관세에 대한 위기감을 던 셈이다. 그러나 철강·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25%의 ‘품목 관세’는 유지된다. 품목 관세는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목적), 통상법 301조(수퍼 301조) 등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라서다. 반도체·스마트폰은 아직 관세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품목 관세 대상이다.

일단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7월 8일로 정한 상호관세 협상 기한은 무의미해지는 것”이라며 “당초 한국 입장에서 대선 등으로 협상 기간이 촉박했는데, 판단을 내리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상호관세라는 미국의 강력한 카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 등 상대국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등 추가적인 관세 조치의 발표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큰 상황에서 법원의 무효 판결까지 나오면서 그간 진행해 온 관세 정책의 동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품목 관세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이 변수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당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볼 때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분야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포기하는 대신 품목별 관세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관세율을 더 올릴 경우 한국에는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지난 30~40년 동안 무역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였고, 행정부의 무역을 포함한 외교적 권한을 존중하는 판례도 그동안 많았다”고 분석했다.

통상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온 것에 불과하고, 품목 관세를 비롯해 양국 경제협력 등 다양한 대미 통상 현안이 남아 있어서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역 관련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만큼, 대응의 방향성을 잡기 쉽지 않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제기한 긴급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고, 상급심의 판단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86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