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상호관세, 미 법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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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압박 예봉(銳鋒)이 꺾였다. 28일(현지시간)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행정명령을 통해 전 세계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이자 무효”라고 판결하면서다.

백악관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열흘 내에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취소하는 내용의 새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던 비상식적 고율의 상호관세는 행정명령 발표 직후부터 무효가 된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펜타닐 대응을 위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10~25%의 관세도 무효로 봤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IEEPA가 “무제한적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관세의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회 의결 없이 권한을 남용해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았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면서 해당 법을 통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법원은 “무역적자는 만성적인 문제고 최근 갑작스럽게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호관세 시행이 막히면서 한국은 협상 시한에 목을 맬 이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를 무효화했을 뿐 철강·자동차·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25%의 품목관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미 관세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정까지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의 관세정책 약화 전망에 전날보다 1.89% 오른 2720.64에 마감하며 9개월 만에 2700선을 회복했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비선출 판사가 국가 비상사태를 적절히 해결하는 방법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가처분 신청 땐 상호관세 예정대로 부과 가능성도

백악관의 ‘실세’로 불리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고삐 풀린 사법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취소 행정명령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법정모독 등 또 다른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법정모독에 대한 책임이 무역대표부(USTR)나 법무부를 넘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단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도 새 행정명령과 함께 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예고한 반도체·의약품·목재 등의 품목별 관세를 서두르며 무역상대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IEEPA 대신 무역법 122조나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재차 부과하거나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의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골드만삭스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주식전략가인 티모시 모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원 판단은 (관세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조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재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해당 신청이 인용되면 유예기간과 상관없이 항소심 판결까지 관세를 거둘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과세행위는 최소 항소심 판결까지 무효다. 현재 미 의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협의해 입법을 통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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