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어 푸틴도 日총리보다 먼저 만났다…아베 부인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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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임식 전에 만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정부가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러시아를 지난 29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29일 러시아 크렘린궁을 방문한 아베 아키에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30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접견했다. 접견 모습은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회색 스커트 정장 차림으로 아키에 여사가 크렘린궁을 방문하자, 푸틴 대통령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들어와 건넸다. 아키에 여사는 러시아어로 감사하다고 답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러시아와 일본의 협력 발전에 대한 그의 공헌을 잊을 수 없다”고 하자 아키에 여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면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키에 여사에게 볼쇼이 극장 발레 공연 관람을 권했는데, 아키에 여사는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을 타고 극장으로 이동했다.
푸틴 대통령은 면담 자리에서 아베 전 총리와 부친이 옛 소련과 러시아와의 외교에 힘을 쏟았던 점을 언급했다. “그(아베)의 꿈은 양국 간의 평화조약으로, 그는 성실히 임해왔다. 우리는 그 길을 진지하게 전진해왔다”며 “현재는 상황이 달라져 지금은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사히는 푸틴의 이런 발언이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내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공한 전용 리무진에서 내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아키에 여사 역시 푸틴과 아베 전 총리와의 일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12월 푸틴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한 일을 들며 “(아베 전 총리가) 일·러 관계,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소중한 이웃 나라로 문화적 교류는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2019년 9월의 일이다.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이어온 그는 2022년 12월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깜짝 면담에 이어 푸틴으로부터의 이례적인 환대가 알려지자 일본에선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아사히는 푸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상황에서 일본과 가까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전 면담을 추진했던 이시바 총리보다 앞서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러시아와의 대화에도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반면 일각에선 아키에 여사의 면담이 적절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일반 국민에게 방문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 차원에서 아베 아키에 여사와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러시아 방문 중단 권고에도 아키에 여사가 러시아를 찾은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러시아로의 도항(渡航)은 하지 않도록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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