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회의 굴곡진 세부 환기하는 소설가"...제2회 무산문화대상 문학 부문에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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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설을 쓰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건 쓰던 대로 쓰는 것, 관성으로 쓰는 겁니다.
국내 최대 규모 상금의 문학상 시상식에서 소설가 권여선은 두려움부터 말했다. 30일 서울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에서다. 지난 3월 건강 악화로 응급실 신세를 진 일을 돌아봤다. 병식에서 무산 스님과 신경림 시인의 대화집을 읽으며 생의 본질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여선 작가. 사진 정멜
“한 번 쓰인 소설이 다시 쓰이거나 비슷하게 쓰일 수 없듯 저는 제 삶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생의 덧없음도 단 한 번, 멸의 불가피도 단 한 번, 그렇게 오직 단 한 번만 존재하고 사라지기, 저는 그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예술 부문 양성원, 사회 부문 이태석 재단 수상
이어 그는 “무산 스님은 ‘열반이란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삶이 그렇듯 상도 한 번밖에 받지 못해 더 절절하고 눈부신 것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재단법인 설악ㆍ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2회 무산문화대상 문학 부문 수상자로 권여선을 선정하면서 “현실의 표면에 미처 드러나지 않는 삶의 굴곡진 세부를 환기한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응시하면서도 연민과 공감의 끈을 놓지 않는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권여선은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알코올 중독자로, 혈혈단신의 빈곤층 중년으로, 어렵게 생을 견디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한국 문학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레즈비언 할머니가 나오는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ㆍ동인문학상ㆍ동리문학상ㆍ김승옥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신달자 무산문화대상 심사위원장(시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의 질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세밀한 언어 구조가 눈부시다”고 그의 작품 세계를 평했다.
무산문화대상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가 후원하는 문화예술단체 설악ㆍ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승려이자 시인인 무산 조오현(1932∼2018)의 예술혼과 화합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했다. 지난해 시상을 시작해 올해로 2회째이며 수상자ㆍ단체에는 상금 각 1억원이 수여된다. 문학 부문 상금으로는 박경리 문학상 등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다.

첼리스트 양성원. 뉴스1
문학 외 예술ㆍ사회 문화 부문 상은 각각 첼리스트 양성원, 이태석 재단에 돌아갔다. 이날 주최 측은 첼리스트 양성원에 “뛰어난 음악적 깊이를 선보이고 한국 문화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이태석 재단에 대해서는 “다양한 봉사 활동과 지원사업으로 상생의 정신과 나눔의 고결한 의미를 전파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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