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왕년의 골프여제 청야니, 왼손으로 돌아왔다

본문

17487913722815.jpg

15년 전 세계 1위였던 청야니가 US오픈을 통해 긴 슬럼프를 털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여자오픈 2라운드. 청야니(36·대만)는 경기를 마친 후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감옥에서 빠져나온 후 비를 맞으며 두 팔을 벌린 포즈 같았다. 이날 2라운드까지 합계 2오버파에 그친 그는 공동 61위로 컷 탈락했다. 3라운드 진출자와 불과 한 타 차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청야니가 LPGA 투어로 돌아오기에 충분한 실력을 보여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 그는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이번 US여자오픈에 참가했다. 또 US여자오픈 공동 61위는 LPGA 투어에서 경쟁하기에 충분한 순위다. 이번 대회에서 US여자오픈 2회 우승자인 사소 유카(24·일본)도 2오버파, 여자 골프 세계 3위 지노 티띠꾼(22·태국)은 3오버파를 각각 기록했다.

청야니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LPGA를 지배한 ‘여제’였다. 2010년과 2011년에만 메이저대회에서 4승을 거뒀다. 2012년 세계 1위 청야니와 2위 최나연의 포인트 차이는 최나연과 당시 180위 선수의 차이보다 컸다. 김인경이 30㎝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 승부를 펼쳐야 했던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그 역시 마지막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을 놓쳤다. 그는 그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끝없이 추락했다.

청야니가 US여자오픈에 마지막으로 출전한 지 9년,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지 13년, 세계 1위에서 내려온 지 15년이 됐다. 그는 “지금 투어에 아는 선수가 많지 않은데, 아직도 나를 알아보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나이가 들어도 해낼 수 있고 포기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일이 찾아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왼쪽 고관절을 두 차례 수술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건 퍼트 입스였는데 6개월 전부터 왼손으로 퍼트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과거 스윙 비디오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명상도 한다. 그는 “아직 골프를 사랑하고, 대회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92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