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제 못봐?" 청와대 관람 막차 열풍…마냥 못 웃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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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이날은 수요일이지만 정기 휴관인인 전날 6·3 조기 대선 투표일을 맞아 개관했기 때문에 이날은 휴관했다. 청와대에 입장하지 못한 방문객들이 관람 시작점 부근을 서성이고 있다. 사진 박종서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튿날인 4일 청와대는 휴관이었지만 정문 앞에는 오전부터 관광객과 외국인 등 20여명이 모였다. 관람 시작점인 10m 너비의 흙길 입구에 세워진 주황색 바리케이드 앞에서 이들은 “지금 아니면 또 못 볼텐데”, “진짜 안에 못 들어가나” 등 대화를 나누며 서성였다.
청와대의 정기 휴관일은 매주 화요일인데, 전날 투표일을 맞아 개관해 휴관일을 하루 미룬 것을 안내받지 못한 것이다. 경기 오산시에서 왔다는 김모(53)씨는 “일부러 시간을 내 왔는데 아쉽다”면서도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취임하면서 청와대를 관람하려는 현장 발길이 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공언한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가 실제로 추진되면 2022년 5월부터 이어져 온 청와대 내부 관람이 경호·보안상의 이유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마지막 관람 기회를 잡으려는 관람객이 급증했다. 실제로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청와대 방문자 수는 42만7780명으로, 지난 4월 26만1974명보다 63.3% 많았다. 동월 기준으로도 2023년 11만6000여명, 지난해 10만4000여명의 두 배 수준이다.

김영옥 기자
사전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오는 6~8일 현충일부터 주말로 이어지는 연휴에는 사전예약이 전부 마감됐다. 이렇게 공휴일, 주말은 예약이 힘들다 보니 평일에 휴가, 연차를 소진해 방문하려는 수요까지 생겨날 정도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86세 외할머니와 청와대를 관람할 평일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씨는 “언젠가 외할머니와 청와대를 최소 한번 방문하려고 했으나, 예상외로 3년 만에 청와대 방문이 중단될 것 같으니 마음이 급해졌다”며 “평일 휴가를 내서라도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손님 돌아오겠네” 화색…집회·시위 걱정도
청와대 인근 상권은 청와대 관람 인기가 되살아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대통령실 복귀로 관람이 중단될 시 매출 변화에 관해서는 예측이 엇갈렸다. 청와대 관람 시작점과 약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황모(30)씨는 “예전처럼 청와대를 관람했다가 들르는 손님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집회·시위로 장사가 어려운 날도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통령실, 경호처 등의 직원들이 돌아와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는 상인도 있었다. 청와대 인근에서 한정식집을 경영하는 김모(57)씨는 “나랏일 하는 분들이 돌아오면 당연히 호재”라며 “공적인 식사 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한정식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실 인근 식당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무전기를 구비한 경찰 기동대원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 중이다. 사진 김성진 기자
기존에 대통령실이 있던 용산 국방부 인근 상권도 변화에 따른 매출 변화를 예단하기 어려워했다. 이날 오전 9시쯤 만난 70대 감자탕집 사장 마모씨는 “매출이 감소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수백억원을 써서 집무실을 옮긴 것인데 왜 또 큰돈을 써서 옮기나”라고 성토했다.
반대로 대통령실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불과 10m 거리에 경비 초소가 있을 정도로 대통령실과 가까운 64년 전통 차돌박이집의 70대 여성 종업원 박모씨는 “단골들이 고기에 낮술을 곁들이는 정감 있는 식당이었는데 위압감 있는 분위기에 밥만 먹고 일어나는 식당으로 변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식당은 ‘대통령실 비서관 맛집’으로 비서관, 경호원, 경찰들이 드나드니 단골이 많이 떠났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무실을 이전한 후 처음 외식한 곳으로 화제였던 모 국숫집 사장 A씨도 “누군가는 왜 윤 전 대통령 사진을 안 거냐, 누군가는 왜 거느냐고 항의하더라”라며 “매출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이런 고초도 겪어야 하는 우리는 단순 자영업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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