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아르누보의 꽃' 예술의 경계 허물고 국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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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파스텔 톤의 따스한 색상과 부드러운 곡선들이 더해져 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 좋아지는 알폰스 무하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전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알폰스 무하는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넘나들며 예술뿐만 아니라 극장 포스터, 삽화, 광고, 장식 패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로 회자된다. 특히 그는 아르누보(Art Nouveau) 운동의 선두주자이자 대표 작가로 알려졌다. 아르누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이란 뜻으로 특정 시스템이나 원칙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예술 운동이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정치적·사회적·기술적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낡은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현실을 수용할 필요성을 느끼며 탄생한 아르누보는 회화·조각·그래픽 아트·건축·장식 예술 등 시각 예술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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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는 신생국가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담은 성비투스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참여했다.

무하의 독창적인 스타일, 이른바 ‘르 스타일 무하(Le Style Mucha)’는 슬라브 민족적 모티프와 결합하며 아르누보 운동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자 19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무하의 포스터·삽화 등은 당시에도 단순한 광고물이 아닌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무하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통해 도덕적 이상과 정신적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런 신념은 말년까지 이어졌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조국으로 돌아간 그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주제로 한 대작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 제작에 몰두하는 등 체코 국민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순수미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국가의 역사적 정체성 확립에도 힘쓴 무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전’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7월 13일까지 열린다. 오리지널 포스터, 판화, 드로잉, 유화, 도서 간행물, 디자인 장식 오브제 등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무하가 프랑스에서 얻은 성공과 명성을 넘어, 그의 예술과 철학이 체코 민족 정체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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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 ‘무하 스타일’의 ‘모엣&상동’ 샴페인 광고.

삽화가로 활동했던 무하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1부 ‘뮤즈가 건넨 붓, 화가가 그린 전설’, 2부 ‘아르누보의 꽃’, 3부 ‘무하 오디세이’, 4부 ‘슬라브의 화가’ 섹션으로 이어진다. 1부 ‘뮤즈가 건넨 붓, 화가가 그린 전설’은 제목 그대로 무하에게 결정적 전환점을 가져다준 전설적인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예술적 전환기를 맞은 무하의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무하는 사라 베르나르가 출연한 연극 포스터를 그리면서 유명해졌는데, 연극 ‘지스몽다(Gismonda)’ 포스터는 단순한 구성의 이전 포스터와 달리 파격적인 세로형 디자인으로 세밀한 장식과 신비한 분위기의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음으로는 스타 아티스트로 도약한 무하가 여러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시기를 조명한 섹션 아르누보의 꽃’이 펼쳐진다.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대중 소비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던 때였다. 무하는 제품 기능을 직접 부각하는 대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성과 분위기를 형상화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하 스타일’은 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한 예로 ‘모엣&상동’ 광고에서는 샴페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우아한 곡선의 드레이프 의상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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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 스타일’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황도 12궁’.

이어 작품성과 상업적 성과까지 모두 얻은 무하가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을 모아놓은 ‘무하 오디세이’ 섹션이 펼쳐진다. 무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의뢰를 받아 1900년에 열린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관을 장식하는 작업을 맡았다. 이곳에서 장식을 넘어 슬라브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프란츠 요제프 훈장을 받은 무하는 슬라브 민족을 억압한 제국을 도왔다는 사실에 복잡한 심경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훗날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라는 대작을 남기기까지 무하가 조국 체코를 위해 무언가 할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시기와 관련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놨다. 그중 ‘비스코프 상공업 민속 박람회’ 포스터는 체코 모라비아 지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을 내세우고, 데이지 등 곳곳에 모라비아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를 반영해 무하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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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가 그린 연극 ‘햄릿’ 포스터. 햄릿을 연기하는 사라 베르나르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표현해 당시 관습을 탈피했다는 평을 받았다.

4부는 미국에서 체코로 귀환한 무하가 숙원인 ‘슬라브 서사시’에 집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슬라브의 화가’를 주제로 꾸며졌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가 독립하자 무하는 신생국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의뢰를 받고 국가 지폐와 우표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또 관공서 서식, 경찰 제복 디자인 등 다양한 공공 디자인 작업에도 사비를 들여 참여하는 등 조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공공 프로젝트와 국가적 기념 작업도 동시에 수행하며 신생 공화국의 이미지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무하는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국민의 정신에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며 돈이 아닌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이 작업에 임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전’

기간: 7월 13일까지
장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B1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40분(입장 마감 오후 7시, 공휴일 정상 운영)
입장료: 어린이 1만4000원, 청소년 1만8000원, 성인 2만2000원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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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_아이랑고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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