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거 공포영화 맞아?...독특한 호러 '브링 허 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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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허 백'(6일 개봉)과 '씨너스: 죄인들'(지난달 28일 개봉)은 호러 장르로만 규정 짓기엔 아까운 영화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설정과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전개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보고 나면 '이게 호러가 맞나' 싶지만, 그런 의문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다양한 은유와 생각할 거리('씨너스: 죄인들')와 강렬한 감정('브링 허 백')이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6%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치명적이고 처연한 모성애 '브링 허 백'

영화 '브링 허 백'은 부모 잃은 남매가 위탁모의 집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그린 공포영화다. [사진 소니 픽쳐스]
'브링 허 백'은 데뷔작 '톡 투 미'(2022)로 이름을 알린 호주의 필리포 형제(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 감독의 신작이다.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 사이가 된 앤디(빌리 배럿)와 파이퍼(소라 웡)는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관계가 더욱 각별해진다.
오빠 앤디는 시각 장애로 왕따를 당하는 파이퍼를 지켜주려 하고, 파이퍼는 그런 오빠를 믿고 따른다. 하지만 둘이 위탁모 로라(샐리 호킨스)의 집에 들어가면서 둘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로라는 교묘한 이간질로 남매 사이를 떨어뜨려 놓으려 하고, 함께 사는 실어증 소년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는 이상한 행동을 반복한다. 칼날을 씹어 먹고, 탁자에 머리를 찧는 등 섬뜩한 자해도 서슴지 않는다.
집안의 수상한 흔적, 로라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비디오 테이프 속 컬트 집단의 비밀 의식과 맞물리며 공포 수위를 높여간다. 올리버의 정체는 무엇이며, 로라는 남매에게 어떤 덫을 쳐놓은 걸까.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퍼즐 조각 맞추듯 로라의 또 다른 얼굴과 감춰진 사연을 드러내는데, 대단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은 없다. 대신 차곡차곡 쌓아온 공포감과 카타르시스 사이로 모성애가 틈입해 가슴을 가득 채운다.
'광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모성애의 슬픈 드라마가 호러라는 장르를 무색케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름 끼치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로라의 선택은 처연함 그 자체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에서 괴물과 사랑을 나누는 언어 장애인 역을 맡았던 샐리 호킨스의 열연은 미친 모성애에 연민의 감정을 불어넣는다.
비판적 시선의 뱀파이어물 '씨너스: 죄인들'

영화 '씨너스: 죄인들'은 블루스 음악에 사회비판 메시지가 결합된 뱀파이어 호러물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씨너스: 죄인들'는 흑인 역사와 음악은 물론, 억압과 저항 등 사회 비판적 요소가 함께 녹아있는 독특한 호러 영화다. '블랙 팬서' 시리즈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장르를 넘나들며 비트는 솜씨가 대단하다.
백인과 흑인이 화장실을 따로 써야 했던 1932년, 미국 시카고에서 갱단으로 활동하던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 1인 2역)은 고향인 미시시피주 클락스데일로 돌아와 흑인 전용 술집 '주크 조인트'를 연다.
노래에 재능 있는 사촌 동생 새미(마일스 케이튼)와 유명 뮤지션 슬림(델로이 린도)을 섭외해 술집을 블루스와 춤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든다.
개업식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형제는 렘믹(잭 오코넬) 등 술집에 들어오려는 백인 세 명을 쫓아낸다. 술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요하게 입장을 시도하는 이들에 의해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누아르 풍의 흑인 음악 영화처럼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에 뱀파이어를 등장시키며 호러 장르로 전환한다. 장르를 매끈하게 넘나들며 흑인의 삶이자 정체성인 블루스, 인종 차별에 맞선 저항의 역사,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음악의 힘, 토속 신앙 등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아일랜드계 백인인 렘믹이 노래하는 포크송은 블루스와 마찬가지로 고통과 핍박의 산물이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KKK단과 손잡고 흑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렘믹의 모습은 피해자 집단이 또 다른 피해자 집단을 가해하는 슬픈 현실을 대변한다. 쿠글러 감독은 이를 통해 세상에 만연한 모든 형태의 혐오와 차별, 폭력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선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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