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李대통령 향한 美 엇갈린 시선…‘협력’ 목소리 속 MAGA 일부 ‘친중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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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바라보는 미국 워싱턴 정가에 양가적 시선이 미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ㆍ미동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의회 내 지한파 그룹에서는 즉각적인 환영과 협력을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반면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슬로건)’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진영에선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 설정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이 대통령을 시험대 앞에 세우는 형국이다.

미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단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이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한반도와 그 너머 직면한 많은 도전과제를 잘 극복하고 미국의 핵심이자 필수적인 동맹인 한국을 잘 이끌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단에는 공화당 소속 조 윌슨,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아미 베라,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지한파 의원들 “축하…동맹 진전 기대”

지난해 9월 방한한 상원 내 민주당 중진 크리스 쿤스 의원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 대통령과 함께 우리의 위대한 한ㆍ미동맹을 향상시키고 일본과 한ㆍ미ㆍ일 3국 안보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ㆍ미관계 강화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는 톰 수오지 민주당 하원의원과 ‘미주 한인의 날’ 지정 결의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지미 고메즈 민주당 하원의원도 각각 소셜미디어 X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며 제가 발의한 초당적 한ㆍ미동맹 결의안을 통해 양국 파트너십을 계속 지지하겠다”, “이번 평화적 정권 이양은 한국 민주주의의 힘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양국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인 유권자가 많은 뉴저지에 지역구를 둔 조시 고트하이머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어느 때보다 한ㆍ미관계가 강력히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계 의원들도 잇따라 환영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인 영 김 공화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 자유롭고 민주적인 대한민국과 함께 한ㆍ미동맹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데이브 민 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축하 인사와 함께 “이재명 정부와 협력해 오랜 한ㆍ미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한ㆍ미동맹의 현대화와 한ㆍ미ㆍ일 3국 안보 협력 심화를 강조한 바 있다.

美강경파 “中 날개 아래 韓 두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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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엑스(X)에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워룸’에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소식을 1면에 실은 파이낸셜타임스를 들어 보이며 한국 대선 결과에 관해 얘기하는 동영상을 공유했다. 사진 엑스 캡처

이에 반해 외곽의 마가 진영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 친중 이미지를 덧칠하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냈고 강경한 대중(對中) 정책을 지지하는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워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압승 기사를 1면 헤드라인에 올린 파이낸셜타임스를 들어 보이며 “국무부나 백악관에서 이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있는데 그들(한국)은 미국에 두 번의 ‘FU’(비속어)를 날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을 문제 삼고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미 대선에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해 온 배넌은 한국 대선 당일인 지난 3일에는 “부정선거를 멈추라(Stop the Steal)”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제임스 파넬 전 미국 태평양함대 정보국장은 이번 대선 결과를 중국의 거대한 음모라는 관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넌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한국을 그들(중국)의 날개 아래 두려는 거대한 전략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꾸준히 경고하는 등 미 보수 진영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고든 창은 전날 한국 대선을 두고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고 한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소셜미디어 글을 공유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한국을 중국이나 북한에 팔아넘기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증 안된 주장, 잘못된 선입관 주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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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오른쪽)가 지난해 9월 10일(현지시간) 미 대선 TV토론이 예정된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새 정부와 중국 공산당 간 연계를 의심하면서 뚜렷한 근거를 대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거듭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과 다른 선입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백악관 내 외교안보 총괄 기구인 국가안보회의(NSC) 인적 재편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며 마이클 월츠 전 국가안보보좌관, 알렉스 웡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등 비교적 지한파로 분류되는 NSC 고위 인사들의 해고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백악관이 전날 이 대통령 당선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이례적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들 극우 인사들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협상, 주한미군 감축론 등 한ㆍ미 양국 간에 산적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인 이 대통령으로선 미국 내 극우 강경파의 극단적 목소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음모론적 시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하게 주입될 경우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의 장에서 자칫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와 초반 관계 설정이 중요한 만큼 조기에 대미 특사 등을 보내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불필요한 의구심을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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