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마도(maybe)’보다는 ‘될 것(will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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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올리버(대런 크리스)와 클레어(헬렌 J.셴)가 교감하는 모습. 사진 polk and co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은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의 토니상 작품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9년 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한국 창작 뮤지컬이 공연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토니상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을 앞두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부문 작품상 경쟁에서 ‘죽어야 사는 여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등의 후보군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전망이 현지에서 나온다. 이 작품은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각본상·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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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은 박천휴 작가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16년 서울 대학로의 300석 규모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초기 부침을 딛고 8일 현재 공연 기간 평균 93.8%(브로드웨이 공연 전문 사이트 플레이빌 집계)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1000석 규모의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이 매일 거의 꽉 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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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대런 크리스가 '올리버'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어쩌면 해피엔딩’이 한국 뮤지컬 사상 두 번째 토니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릴 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국 뮤지컬은 지난해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으로 토니상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받았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을 맡았다. 의상 디자인상은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린다 조가 받았다.

관심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들어 올릴 트로피의 종류다. 특히 작품상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뮤지컬 작품상 후보는 ‘어쩌면 해피엔딩’ 포함 5개 작품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데드 아웃로’ ‘죽어야 사는 여자’ ‘오퍼레이션 민스민트’ 등이 ‘어쩌면 해피엔딩’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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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헬렌 J 셴이 '클레어' 역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어쩌면 해피엔딩’을 작품상 후보 1순위로 꼽는 예상이 적지 않다. 8일 기준 베팅 사이트 ‘스코어앤스탯(Scores and Stats)’과 ‘OBLG’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각각 89.2%, 75%로 점쳤다. 뮤지컬 평론가 잭슨 맥헨리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신데렐라 같은 브로드웨이 성공 스토리와 러브 스토리에 담긴 감성 등 토니상 투표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 작품은 이미 주요 상을 석권하며 브로드웨이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연출상·음악상·작사상·극본상·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앞서 드라마 리그 어워즈(작품상·연출상), 외부 비평가 협회상(작품상·극본상·연출상·음악상) 도 수상했다.

물론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수상이 토니상 작품상 수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2023년의 경우 뮤지컬 ‘뜨거운 것이 좋아’가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작품상 3관왕에 올랐지만, 그해 토니상 작품상은 ‘킴벌리 아킴보’가 받았다. 최근 토니상 포함 4개 작품상을 싹쓸이한 뮤지컬은 2011년 ‘북 오브 몰몬’, 2012년 ‘원스’, 2014년 ‘젠틀맨스 가이드’ 이후 명맥이 끊겼다.

토니상 투표는 뮤지컬 업계 관계자 약 840명이 익명으로 한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이 작품 개발에 참여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한국 작품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정서를 다룬 데다, 최근 제작비 상승 등으로 미국에서도 뮤지컬 원작을 보기 어려운 가운데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원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5개 후보작 중 뮤지컬 원작 작품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유일하다.

다만 다른 경쟁작도 작품상을 탈 만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현지에서는 동명의 쿠바 재즈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영원한 젊음을 찾아 나선 뮤지컬 배우의 광적인 이야기를 담은 동명 영화가 원작인 ‘죽어야 사는 여자’를 유력 작품상 후보군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 두 작품도 ‘어쩌면 해피엔딩’과 마찬가지로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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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제작한 윌 애런슨과 박천휴. 사진 polk and co

뉴욕타임스 비평가 제시 그린은 지난달 16일 토니상 예고 기사에서 “나라면 ‘어쩌면 해피엔딩’에 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유력 작품상 수상 후보작으로는 ‘죽어야 사는 여자’를 꼽기도 했다.

시상식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9시부터 열리며, 영화 ‘위키드’의 주인공 신시아 에리보가 사회를 맡을 예정이다.

◆토니상=미국 연극·뮤지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연극은 1947년에, 뮤지컬은 1949년에 첫 시상을 하였다. 정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연극상’(Antoinette Perry Award for Excellence in Theatre). 마리 앙투아네트 페리라는 20세기 초 미국의 유명한 여성 연극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토니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연극 단체 ‘아메리칸 시어터 윙(ATW)’의 설립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별명인 토니를 상의 별칭으로 따왔다. 이번 상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이 시상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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