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당뇨 없어도 혈당은 치솟는다…24시간 센서로 본 몸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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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혈 없이 팔에 부착해 측정  

일회용으로 연속 2주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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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박치기

하루의 끝은 항상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했다. 운동은 늘 ‘내일’부터였다. 1년 사이 체중이 5㎏ 가까이 불었다. 그래도 혈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믿었다. 바람과는 달리 몇 달 전 확인한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날 선 경고를 받았다. 이름도 무서운 ‘공복혈당장애’ ‘당뇨 전 단계’.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채혈 없이 센서를 통해 24시간 혈당을 알려주는 ‘연속혈당측정기(CGM)’다. 약 열흘간 CGM을 달고 생활했다. 이번 체험은 예비 당뇨인으로서 꽤 시의적절한 기회였다.

이용 기기는 한독의 바로잰Fit(사진)이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먼저 측정기 센서를 팔뚝에 부착해야 한다. 스탬프처럼 생긴 센서 삽입기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뚜껑 속 얇은 바늘이 보였다. 순간 공포심에 멈칫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은 뒤 팔뚝에 대고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툭’ 소리가 나더니 손가락 반 마디만 한 센서가 ‘착’ 붙었다.

통증은 거의 없었다. 부착 시 약간의 뻐근함만 느껴질 정도다. 센서가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접착력이 매우 우수하다. 따뜻한 물로 여러 번 샤워해도 끄떡없었다. 센서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5분마다 측정된다.

본격적인 ‘혈당 탐험’이 시작됐다. 앱을 통해 연속해서 혈당 곡선을 확인했다. 점심 전 간단한 군것질을 했다. 초콜릿 과자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혈당이 170㎎/dL까지 치솟았다. 달콤한 유혹의 대가를 눈으로 처음 확인한 순간이다. 공복 혈당은 70~100㎎/dL, 식후 2시간 혈당은 140㎎/dL 이하가 정상이다.

‘삐, 삐빅, 삐비빅’. 이튿날 점심을 먹자 앱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식후 30분 만에 혈당이 200㎎/dL를 넘어선 것.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났다. 혈당 급상승을 부른 메뉴는 김밥과 콜라 한잔. 먹기 전 혈당은 96㎎/dL였다. 비교적 가볍게 먹었다고 자부한 저녁 식사 때도 혈당은 롤러코스터처럼 올랐다. 샌드위치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1㎎/dL이던 혈당이 196㎎/dL까지 솟구쳤다. 식후 2시간이 지나도 혈당은 안정 구간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시럽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와 제로 음료도 혈당을 끌어올렸다. 의외의 결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다음 날부턴 음식 섭취에 신경 썼다. 확실히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더 많이 먹으니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운동 효과도 뚜렷했다. 식사 직후 30분간 산책을 했는데, 혈당이 20㎎/dL가량 떨어졌다.

며칠 새 앱을 켜서 혈당을 수시로 보는 게 익숙해졌다. 들쑥날쑥한 그래프 앞에 식욕이 어느 정도 억눌린 기분이다. 체중계 숫자보다 혈당 그래프가 더 강력한 자각으로 찾아왔다. 혈당은 절대 수치보단 흐름과 패턴 위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될수록 피로감이 심하고 대사 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체험은 끝났지만, 식사 후 산책은 꼭 실천한다. 디저트도 예전만큼 먹지 않는다. 열흘 만에 얻은 의미 있는 성과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결과적으로 CGM은 유용했다. 다만 아직 보험 적용은 제한적이라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다. CGM은 일회용으로 연속 2주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8만원 수준.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짧은 기간이라도 체험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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