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도심 속 111개 정원에서 만나는 예술적인 힐링의 시간
-
4회 연결
본문
노후한 공원에 사람이 꾸민 정원 더해
자연과 합작하는 예술 즐겨요
정원은 힐링과 다양한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이죠. 자연에 대한 사랑이 국가정원·지방정원에 대한 관심과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 속 정원은 손쉽게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죠. 서울 서남권 대표 공원인 보라매공원 일대가 111개 특색 있는 정원을 품은 도심 속 대정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곳곳에 아름다운 공공정원을 조성하며 초록빛 행복을 전해온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기 때문인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12만평 보라매공원서 펼쳐지는 알록달록 정원의 향연을 듬뿍 즐기고 왔습니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이주호·서진하·김이솔(왼쪽부터) 학생기자가 12만평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지는 알록달록 정원의 향연을 듬뿍 즐겼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며, 수도인 서울도 산으로 둘러싸여 녹지공간이 많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실제 시민 생활권 내에는 나무나 풀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서울 시민 1명이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은 2019년 기준 18.9㎡로 런던(68.2㎡), 홍콩(34.6㎡), 뉴욕(20.9㎡)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넓지 않아요. 그 이유로는 높은 인구밀도와 서울의 녹지 중 대부분이 산이라는 점이 꼽히죠. 시민들에게 녹지를 돌려주는 방법의 하나로 ‘정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도심 속 녹색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정원을 찾고 있죠. 서울시는 2023년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을 조성 중입니다. 특히 정원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시민들의 일상에 초록빛 행복을 전달하고 있죠.
12만평 서울 보라매공원에 다양한 테마 정원 조성
서울 서남부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온 보라매공원이 각종 정원으로 가득 찬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 환하게 웃고 있는 노부부, 카메라를 든 학생들이 초록빛 산책로를 따라 거닐고, 다양하게 마련된 정원에서 머물며 사진도 찍는 모습이 보였어요. 보라매공원 40만㎡(약 12만 평)에 111개 정원을 조성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5월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20일까지 152일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로 시작해, 2020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로 새단장했고, 10회째를 맞은 올해 역대 최장·최대 규모로 진행돼요. 이를 계기로 도심 속 공원을 정원 문화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죠.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이주호·김이솔·서진하(왼쪽부터) 학생기자가 12만평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지는 알록달록 정원의 향연을 듬뿍 즐겼다. 132마리의 포켓몬스터 메타몽이 전시된 캐릭터 가든 ‘포켓몬_메타몽 가든’에서 기념촬영을 한 소중 학생기자단.
‘서울, 그린 소울(Green Seoul·Soul)’이라는 주제처럼 도심 속 초록의 감성을 담은 작품들이 곳곳에 펼쳐집니다. 보라매공원은 과거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인데요. 1985년 12월 충북 청주시로 공사 이전 후 보수 과정을 거쳐 1986년 5월 문을 열어 다소 노후했죠. 이번 박람회 개막과 함께 보라매공원도 완전히 새 옷을 갈아입었어요. 오래된 녹지와 시설은 정원으로 재구성됐고, 잔디광장과 산책로 구간마다 새로운 콘셉트가 더해졌죠. 단순한 화단을 넘어, 정원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된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만큼 지난해 90개이던 정원 작품 수는 올해 111개로 늘었어요. 분야별로는 정원 자체가 작품이 되는 ‘작가정원’ 7개를 비롯해, 학생·시민·다문화가족·서울 25개 자치구가 참여한 ‘동행정원’ 62개, 기업·기관·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작품정원’ 33개,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매력정원’ 9개가 각각 조성됐죠. 정원산업전, 가든센터, 가든퍼니처 특별전, 가든 캠핑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들도 치러지고 있는데요. 박람회 세부 행사와 프로그램 정보는 누리집(festival.seoul.go.kr/garden)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정태 도슨트(맨 오른쪽)에게 각 정원의 주요 포인트 설명을 듣고 있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 정원의 주요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관람하기 위해 김정태 도슨트와 함께했어요. “한정된 시간 동안 모든 정원을 둘러볼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작가정원 위주로 둘러볼 예정이에요. 이후에 다른 정원들도 꼭 살펴보길 바랍니다.” 작가정원은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한 ‘자연성’을 강조한 초청정원 2개, ‘제3의 자연’을 주제로 한 공모정원 5개 작품으로 구성됐어요. “공모전에는 16개국에서 106개 작품이 출품됐어요. 그중 5개가 선정됐으니 엄청 치열했겠죠. 제3의 자연은 원생의 자연인 제1의 자연, 도시·농경지 등 인공 환경인 제2의 자연이 아닌 자연·인간의 경계에 있는 정원을 말합니다. 제1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만든 정원 등을 의미하는데요. 정원은 자연 예술이자 사람과 자연이 합작하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금부터 그런 작품들을 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살펴볼 거예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정원산업전·가든센터·가든퍼니처 특별전·가든 캠핑 등의 다양한 행사가 치러져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화·체험 행사와 대형 해치를 만날 수 있는 ‘해치의 마법정원’이 있는 잔디광장 근처 ‘2024 서울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인 박승진 작가의 초청정원 ‘The Third Track’을 만나러 갔죠. “보라매공원 잔디광장 주변에는 트랙이 있습니다. 천연 잔디광장을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는 쾌적한 트랙이라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운동을 하죠. 그런데 여긴 약속이 있어요. 트랙 1은 천천히 걷는 사람들, 트랙 2는 달리는 사람들이 사용하기로 했죠. 바닥에 느리게, 빠르게라고 써있기도 해서 이용자가 원하는 속도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트랙을 달리다 보면 누군가 쫓아오고 추월하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올려야 하나 압박을 좀 받잖아요. 박승진 작가는 그 어떤 압박도 느낄 필요 없는 그냥 내 마음대로 내 속도대로 산책하면 되는 세 번째 트랙, 가든 트랙을 제안합니다.” 정원의 별칭은 라르고(Largo), 음악 용어로 매우 느리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내 속도대로 산책하면 되는 ‘The Third Track’.
바깥쪽 두 개의 트랙보다 천천히 걷는 길, 사색하면서 쉬어가는 길입니다. 잠시 머물러도 좋고 높고 낮은 나무와 풀, 깊고 한적한 숲길을 상상하세요. 양쪽에 있는 느티나무 15그루와 이팝나무 20그루는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거라고 했죠. 박승진 작가가 와서 보면서 트랙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달리니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트랙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 이 정원의 출발이었어요.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사이에 관목들과 초본 식물들을 같이 심어서 마치 야산에 온 것처럼 걷다 보면 사계절 내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이게 전체가 다 연결되어 그늘 아래서 산책을 하는 세 번째 트랙도 완성이 되면 좋겠다고 박승진 작가가 제안하는 트랙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라매공원을 이용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사용하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에요. 여러분이 나중에 커서 와보면 트랙이 더 길어져 있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지나온 이 길에는 자동 급수관이 군데군데 매립되어 있고, 스프링쿨러도 있습니다.”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그루터기, 죽어가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공모정원 은상을 받은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자연의 순환, 특히 부패와 분해를 통한 순환을 설계의 핵심으로 삼아 시간이 지나며 자연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어요. 작가는 정원을 구상하면서 그루터기, 죽어가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 안이 텅 빈 그루터기가 놓여 있었죠. 자연에서 죽고 썩은 것들은 생명을 움트게 하는 귀한 존재입니다. 이 정원은 속이 빈 나무 그루터기를 모티브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죠.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영원한 생명이 바로 이 죽음에서 시작될 수도 있어요. 정원을 보면 그루터기의 형태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에는 숲도 있고 아래쪽에 경사가 지어서 내려간 곳은 습지예요.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죠. 저기에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앞으로 더 많은 작은 생물들이 또 찾아올 거예요. 그 생명체들을 위해 작가는 열매가 맺히는 식물을 심어 놓기도 했습니다. 철제 데크 아래쪽을 보면 나무들이 꽂혀 있죠. 저것도 분해가 새롭게 일어나기를 의도한 거예요. 작은 세계지만 이 안에 우주와 생태계의 전체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개막식 때 얼음을 배치해 녹은 물이 식생을 성장시키는 순환과 자연 회복력을 표현한 정원 ‘Waterrooots!’을 보고 있다.
다음 작품은 동상을 받은 이탈리아 조경가 Alessandro Trivelli의 ‘Waterrooots!’로 정원을 감싼 원형 철제 구조물이 시선을 모읍니다. 개막식 때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배치되었다고 했죠. 얼음이 녹아내리며 정원을 감싸는 원형 물 커튼이 되고, 흘러내린 물은 정원의 식생을 성장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인간의 활동과 그럼에도 이루어지는 자연의 회복력을 선보이죠. 구조물 위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미스트가 뿜어져 나온다고 해요.

얼음이 녹은 물이 식생을 성장시키는 순환과 자연 회복력을 표현한 정원 ‘Waterrooots!’ 옆에는 기후변화를 얘기하듯이 펭귄 조각도 전시되어 있다.
김 도슨트가 “이쪽과 원 안쪽이 좀 다른 세계로 느껴지기도 하죠. 안에 들어갈 때 ‘와~ 시원하다’라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듯이 들어가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아~ 시원해”라며 안으로 들어가 정원을 둘러봤어요. “지속가능성을 굉장히 강조하는 작가입니다. 얼음이 녹아내리지만 그 물은 바닥으로 가서 식물을 키우고, 식물은 산소를 대기 중에 배출해 지구를 또 살리죠. 이렇게 지구는 자생력이 있고, 계속 순환하고 돌고 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이번엔 커다란 식탁이 있는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물이 가득 담긴 그릇처럼 보이는 곳에는 개구리밥이 있었어요. 금상 수상작인 김기환 작가의 ‘The Last Meal’은 악화한 환경에서도 번성하고 미래 단백질 대안이 될 개구리밥을 심어 점차 확대되는 육식 문화가 조장하는 생태적 붕괴 상태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자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상기시키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먹어야 할 마지막 식사가 어쩌면 이게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육류 소비량이 주식인 쌀 소비량을 넘어섰대요. 육식에 치중된 식문화가 앞으로 점점 더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인류의 미래와 연결이 돼 있다는 생각은 사실 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여기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바라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거죠.”

미래 단백질 대안이 될 개구리밥을 심어 육식 문화가 조장하는 생태적 붕괴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김기환 작가의 ‘The Last Meal’.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김 도슨트가 “걱정 마세요.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수위 조절이 어느 정도 된 다음에 나머지 물은 아래쪽 식물에 가게 되죠. 반대로 이렇게 뜨거운 날이 계속되면 다 말라버리는 거 아닐까 할 텐데 급수 시스템도 다 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개구리밥이 이렇게 많은 상태가 아니었어요. 지금 굉장히 번식된 상태고 분양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실 때마다 양이 좀 다를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고 있는 정원 중에는 ‘포켓몬_메타몽 가든’이 있죠. 132마리의 포켓몬스터 메타몽이 전시된 캐릭터 가든은 6월 22일까지 이벤트로 운영되는데, 많은 사람이 메타몽이 장식된 등나무 길에서 조화로 만든 꽃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어요. 이밖에 다양한 기업 정원들도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만난 정원은 라면 면발처럼 물결무늬의 구조물과 컵라면 모양의 의자, 커다란 너구리 캐릭터 조형물이 놓여 이곳을 만든 기업을 짐작케 했죠. 농심이 ‘농심(농부)의 마음’과 ‘라면’을 키워드로 하여 조성한 정원입니다.

크리스찬 디올의 기업정원인 ‘디올 정원’에 식재되어 있는 은방울꽃은 창립자인 크리스찬 디올이 좋아했던 꽃이다.
크리스찬 디올의 기업정원인 ‘디올 정원’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곳입니다. 보라매공원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식물 세계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특별한 정원으로 200m 플라타너스 길 아래 펼쳐진 이 공간은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고,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죠.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 작가가 디자인했고, 유럽 브랜드라 유럽에서 건너온 식물들도 많이 식재되어 있어요. 아름다운 은방울꽃은 창립자인 크리스찬 디올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해요.”

서진하·이주호·김이솔(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새둥지를 표현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순환하면서 만들어가는 작품 ‘Nesting’을 살펴봤다.
어미 새가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견고하게 안식처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새둥지가 보입니다. 공모정원 은상 수상작으로 Till Rehwaldt(독일)·Garth Woolison(체코) 작가의 작품 ‘Nesting;입니다. 정원이 유지되는 가운데 나무들을 가지치기하거나 하면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계속 분해하고 다시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보자 제안한 거죠. 안쪽에는 조금 더 빨리 분해될 수 있도록 미스트도 간헐적으로 나오고 미생물도 넣었어요.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쌓여 있는 나뭇가지는 줄어들고 해체 작업이 일어나겠죠. 인간과 자연이 함께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만들어가는 작품입니다.

플라타너스 숲을 그대로 이용해 숲속에 나무 플랜트로 다양한 형태의 화단과 쉼터를 만들고 작품 속에서 관람객들이 쉬면서 감상하도록 한 정원.
바로 옆에는 동상을 받은 이양희·오세훈 작가의 ’제3의 플라타너스 숲‘이 있어요. 보라매공원의 상징과도 같으며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플라타너스 숲을 그대로 이용해 숲속에 나무 플랜트로 다양한 형태의 화단과 쉼터를 만들고 작품 속에서 관람객들이 쉬면서 감상하도록 한 정원입니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관람객이 정원을 완성해주는 것 같았죠.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이곳은 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공모전의 주제에 맞춰 태초부터 있어 온 생태계 자연인 태양의 빛(제1의 자연)이, 인간이 심어놓은 플라타너스 숲(제2의 자연)에 투시되면서 만들어내는 하층 식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씨실과 날실의 산물인 태피스트리스(제3의 자연)로 설정, 제1의 자연을 이끌어낸다는 메시지가 있죠.

조용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낸 ‘Aviators Garden’.
마지막 초청정원 Mark Krieger(독일)의 ’Aviators Garden‘은 생울타리로 조용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주의 작가로 유명해요. 그래서 인공적인 설치물을 배제하고 식물은 있는 그대로 그 환경에서 잘 적응해 나가도록 하는 정원이 가장 좋은 정원이라는 얘기를 하세요. 비행사의 정원인데 큰 비행체 말고 작은 새를 떠올리고, 그들이 박람회장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면서 돌다가 여기 정원에 내려왔는데 1.5m 높이 정도의 생울타리가 물결치듯이 감싸주는 이곳이 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늑하겠죠. 작가는 땅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우리나라는 장마철에는 비가 또 엄청나게 오잖아요. 식물들이 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물도 잘 빠지게 했고, 요즘엔 병화토라고 해서 흙 비슷하게 인공적인 걸로 흉내 낸 산책길이 많은데 여긴 실제 마사토로 만들어놨죠. 작가가 50년 100년 후에 와도 내 정원은 이 보라매공원에 남아 있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이 담겼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가치는 땅속에 있어요.”

정원산업전·가든센터·가든퍼니처 특별전·가든 캠핑 등의 다양한 행사가 치러져 볼거리가 가득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 밖에도 다양한 정원을 관람하며 자연 속 체험을 통해 창의·사고력, 정서적 안정감 등을 키울 수 있는 다채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 도슨트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되는 동안 각 정원의 풍경이 계절마다, 날씨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줄 거라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러 다시 한번 꼭 방문해달라고 했죠.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만나다
여러 정원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맡은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를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먼저 “111개 정원 중에 어떤 정원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나요”라고 질문하자 “작가정원은 이미 봤으니 학생들이니까 조경 전공 대학생들이 참여한 학생정원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공감이 가지 않을까요.” 이번 박람회에선 창의적인 디자인 발굴을 위해 학생동행정원 작품 공모를 통해 총 10작품을 선정해 보라매공원에 조성했죠. 이어 IT기술이 접목되어 학생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라며 두나무의 디지털 치유정원도 소개했어요.

대학생들이 참여한 학생정원 ‘새벽의 숲: 고요한 속삭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숲과 정원’을 모토로 선보이는 가상의 숲이자 도심형 정원이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가상 숲을 구현해 직업 혹은 신체적 사유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도 자연의 활기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했죠. 김 교수는 “이걸 꼭 봐야 돼, 이런 것보다는 일단 한번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걸 먼저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내가 마음에 드는 정원을 스스로 느껴보는 식의 관람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관람팁을 전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가상 숲을 구현한 도심형 정원인 디지털 치유정원 앞에서 휴식을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이솔: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이유와 특징이 있나요.
다른 지역에도 여러 정원박람회가 있는데 조금 다른 게 공원에서 이루어져요. 빈 땅에서 하는 게 아니라 기존 공원들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 같아요. 서울시에 있는 공원들은 다 만들어진 지가 꽤 됐거든요. 그러면 땅도 딱딱해지고 식물들도 죽고 그럴 수 있어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하는 행사이기도 해요. 일반 공원과 다르게 볼 것도 많죠. 근데 이게 다 남아 있을 거예요. ‘메타몽 가든’ 같은 이벤트 정원은 없어지겠지만 90% 이상은 다 남아 계속 관리·보수를 할 거예요. 그래서 좀 더 재미있는 공원이 되고 재미있는 동네가 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진하: 총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일단 총감독 역할이 이번에 처음 생겼어요. 저기 잔디밭이 비어 있죠. 잔디밭은 시민들이 평소에 잘 쓰는 곳인데 다 정원으로 만들어 버리면 좀 그렇겠죠. 공도 차고 강아지도 놀아야 하잖아요. 이런 부분을 조정하고, 여기 정원이 100개가 넘는데, 정원들이 서로 어울리게 조정하는 역할을 했죠. 정원을 이렇게 많이 만든 적이 없었다 보니 조율이 꼭 필요하겠다 그런 생각은 했어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맡은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주호: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정원 혹은 조경박람회는 어떤 것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유명한 정원박람회가 영국 ‘첼시 플라워쇼’예요. 국내 작가님들도 많이 출전하는데 거기는 2주 동안 하고 다 없애기 때문에 남아있지 않아요. 그래서 조금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있죠. 프랑스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도 유명한 성에서 하다 보니 대부분 없어지고 1등 받은 것만 남겨요. 같은 장소에서 계속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이솔: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많이 사는 요즘 친구들은 일상에서 정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정원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은 아파트 조경에도 정원이 많아요. 내 건 아니지만 공공의 정원이라 생각하면 되죠. 간단하게는 화분부터 하나 가꾸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화분 하나 키우기도 사실 쉽지는 않아요. 그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해요. 화분 하나를 잘 키울 수 있어야지 이런 정원도 잘 가꿀 수가 있겠죠.
진하:조경은 ‘경치를 아름답게 꾸민다’고 사전에 나오는데,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놔두고 인위적으로 경관을 가꾸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경이라는 분야 자체는 주로 20세기에 만들어졌어요. 엄밀히 말하면 19세기 센트럴 파크 같은 것들을 만들면서 했죠.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녹색이 점점 없어지는 도시가 생기니까 사람들이 자연을 인공적으로라도 만들어야겠다, 기존에 있는 자연을 잘 가꿔서 공원처럼 써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조경이 꼭 인공적인 것만 해당하지는 않아요. 서울의 양재천도 일부러 하천을 만든 건 아니죠. 원래 있던 양재천을 좀 잘 가꿔서 공원처럼 쓰는 거예요. 사실 조경을 정원이라고 생각했을 때, 옛날부터 처음 집 만들고 무언가를 심는 순간도 조경의 시작일 수 있고요. 본격적인 학문으로 하게 된 건 근대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미국에서는 1900년도에 하버드대학교에 처음으로 조경학과가 생겨요. 우리나라도 1960년대 때 도시들이 엄청 성장하거든요. 그때 나라에서 이런 게 좀 필요하다며 1973년에 서울대랑 영남대에 조경학과를 만들었죠.

현장에는 학생·시민·다문화가족·서울 25개 자치구가 참여한 ‘동행정원’ 62개도 만날 수 있다. 진주시 캐리터 ‘하모’가 있는 지자체정원.
주호:조경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이로움은 무엇이 있나요.
영화 같은 걸 보면 산업혁명 일어났을 때 영국이나 미국 도시들엔 진짜 매연만 가득하고 녹색이 없어요. 그럼 사람들이 아프고 정신도 건강해지지 않아요. 19세기, 20세기에 공원이라든가 조경을 도시에 많이 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사실은 의사였어요. 시민들의 건강 때문에 시작이 됐고 효과가 있었죠. 또 밖에 나왔을 때 공원이 없다고 생각하면 삭막하겠죠. PC방·쇼핑몰 이런 데만 가고 산책할 곳이 없잖아요. 무엇보다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이 좋은 점 같아요.
진하:정원·조경에 주로 사용되는 식물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로수로 은행나무·이팝나무 등이 많은데 먹을 수 있는 과실수를 심을 수는 없나요.
일단 정원에 사용되는 식물들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좋아해야 하니까 꽃이나 잎이 좀 예쁜 애들이 많고요. 금방 죽어버리거나 키우기가 너무 어렵고 까다로우면 안 돼요. 사과나무·배나무 이런 과일이 나는 나무 가로수를 심으면 좋을 것 같죠. 그게 어려운 게 사람들이 수확하기 좋게 품종 개량을 해서 나무도 작고 멋있지가 않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맡은 김영민(맨 오른쪽)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를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다.
주호:감독님은 언제부터 조경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원래 건축을 같이 공부했는데 건축은 공간을 다루잖아요. 건물을 하나하나 디자인하고 그게 모이면 그 사이 밖의 공간들이 있잖아요. 사실은 건물보다 조경 공간이 더 많아요. 거기는 어떻게 되지 그런 궁금함이 들었고 닫힌 것보다 더 넓은 거를 좀 다루고 싶다 생각이 들어 조경을 공부하게 됐어요.
이솔:직접 설계한 우리 주변의 공간이 있을까요. 또 일하며 즐거운 점은 무엇인가요.
광화문 광장이 재개장했잖아요. 처음에 제가 그 개념을 설계했고요. 목동 파리 공원도 있죠. 보통 사람들이 놀러 가는 곳이 저에겐 공부하는 곳이라 즐거울 때가 있어요. 저희 분야 중에 놀이공원도 있고, 호텔이나 리조트도 있는데, 제가 했던 것 중에 리조트 프로젝트가 있어요. 일하러 갔는데 일을 시키는 분이 일단 저희 호텔 만들려면 일주일 정도 수영장에서 그냥 노세요 하는 거죠. 노는 게 공부가 되는 순간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맡은 김영민(왼쪽 두번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를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다.
진하:앞으로 하고 싶거나 목표로 하는 일이 있나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공원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잖아요. 근데 이런 정원들이 공원이 아니라 도시 밖으로 나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도시가 있고 어떤 영역을 설정해서 녹색을 넣었다면 그냥 길 전체가 어떤 공원이 되면 어떨까, 아니면 여러분이 가는 학원이라든가 어떤 건물들 자체가 아예 큰 입체적인 정원이 되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2025년 정원 행사
동행취재=김이솔(서울 대곡초 6)·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이주호(서울 아주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알록달록한 꽃들과 푸른 풀을 바라보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정원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Nesting이라는 정원이었어요. 버려진 나무 찌꺼기나 자투리 재료들을 활용해 아늑하면서도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든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죠. 둥지를 뜻하는 Nest 단어를 현재진행형으로 사용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함께 이 정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5개월간 진행된다고 하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아가 식물들의 변화 과정을 관찰해보는 것도 뜻깊을 것 같아요.
-김이솔(서울 대곡초 6) 학생기자

김영민 교수님께 정원과 조경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고 답변도 들으며 정원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제품을 즐겨 먹는 농심 정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작가 정원 중 하나인 The Third Track도 기억에 남는데 길 옆에 바로 붙어 있는 식물들이 좋았고 길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 또한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왔을 때는 그 길이 이어지거나 다른 길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죠. 이번 취재를 통해 ‘정원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정원이라고 하면 꽃과 작은 식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정원에도 높고 큰 나무들이 많이 있었던 점도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정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되면 다른 정원박람회도 가야겠어요.
-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본 작품들은 처음에는 평범한 정원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들어 보니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정원들을 자세히 감상해 보니 각각 모두 색다르고 특징이 있었죠. 특히 The Last Meal이라고 우리의 마지막 식량이 개구리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과 죽어가는 그루터기 안에 새로운 삶이 있다고 나타내는 두 작품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에 못 본 작품과 풍경들도 많아서 늦여름, 가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요.
-이주호(서울 아주초 5) 학생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