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새로운 흙신’ 등극, 땀으로 역사를 썼다
-
5회 연결
본문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329분 접전 끝에 승리한 뒤 흙바닥에 드러누웠다. [AFP=연합뉴스]
이긴 쪽도 진 쪽도 처절하게 싸웠다. 8일 오후 2시 15분(프랑스 현지시간) 시작한 경기는 오후 7시 44분이 돼서야 끝났다. 5시간 29분간 이어진 일대일 대결. 결국 디펜딩 챔피언이 웃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세계 2위)가 야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1위)를 꺾고 시즌 두 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2연패를 달성했다. 알카라스는 9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반나절 간의 혈투 끝에 신네르에 3-2(4-6, 6-7〈4-7〉, 6-4, 7-6〈7-3〉, 7-6〈10-2〉)로 역전승했다. 알카라스는 22살에 메이저 5승(2022년 US오픈, 2023년 윔블던, 2024년 프랑스오픈·윔블던, 2025년 프랑스오픈)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255만 유로(36억원)다.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두 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몰렸던 알카라스는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초인적인 체력과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 시간 5시간 29분은 역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최장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82년의 매츠빌란더(스웨덴)가 기예르모 빌라스(아르헨티나)를 3-1로 꺾을 당시의 4시간 42분. 메이저 전체 최장 시간은 2012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8·6위·세르비아)가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은퇴)을 3-2로 제압할 당시의 5시간 53분이다.
특히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 차례나 매치포인트에 몰리는 위기를 넘기고 우승한 건 프로선수의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알카라스는 나달을 잇는 명실상부한 ‘클레이(clay·진흙) 코트의 왕’으로 우뚝 섰다. 알카라스의 롤 모델이자 스페인 국가대표 선배로 프랑스오픈에서만 14차례 우승한 나달은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은퇴식을 했다.

명승부를 펼친 야니크 신네르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세계 남자 테니스 로저 페더러(44·은퇴·스위스)-나달-조코비치 ‘빅3’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대신 2000년대생 알카라스(2004년)-신네르(2001년)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메이저 20승의 페더러와 21승의 나달은 은퇴했고, 유일한 현역인 24승(역대 최다)의 조코비치도 이제는 완연한 하락세임을 확인시켜줬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준결승전에서 신네르에 0-3으로 졌다.
메이저대회 결승전에서 알카라스와 신네르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호주오픈 이후 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두 선수는 3승씩 나눠 가졌다. 신네르는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석권했다. 1980년대 메이저 7승을 기록한 빌란더는 이날 미국 TNT 방송에서 “두 선수(알카라스·신네르)가 테니스를 다른 수준으로 올려놨다”며 “페더러·나달·조코비치 이후 이런 경기력의 선수들을 다시 보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감탄했다. 이어 “(이번 결승전은) 페더러와 나달의 결승전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역시 1980년대 메이저 7승을 거둔 존 매켄로(미국)도 “(알카라스의 실력은) 나달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메이저대회 결승에서는 피로를 느끼거나 포기할 시간도 없다”며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카라스는 특히 최근 신네르를 상대로 5연승을 달리며 상대 전적에서 8승4패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알카라스는 그럼에도 “내가 계속 이기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며 “신네르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고, 나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더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메이저 대회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윔블던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