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전 후반에 나란히 골을 터트린 이강인(왼쪽)과 오현규(오른쪽). [뉴스1]

한국축구의 ‘젊은 그대’들이 아시아 예선 조 1위로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3차예선 B조 최종 10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전진우(26·전북)가 전반 30분 선제골을 이끌어냈고,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과 오현규(24·헹크)가 후반 6분과 9분에 연속골을 터트렸다.

지난 6일 이라크전에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따낸 한국은 이날 승리로 6승4무(승점22)를 기록, 자력으로 조 1위로 당당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안방에서 축포를 4방이나 쏘며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은 16년 만에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마쳤다. 2, 3차예선을 포함해 16경기 연속 무패(11승5무)다. 최하위 쿠웨이트는 5무5패(승점5)에 그쳤다.

홍명보(56) 감독은 예고대로 ‘영건’을 대거 중용했다. 지난 이라크전과 비교해 선발 11명 중 7명을 바꿨다. 평균 연령 25.7세의 파격 라인업이었다.

발바닥 부상이 완치하지 않은 손흥민(33·토트넘)이 교체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손흥민 주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22세 이하 대표팀에서 추가 발탁해온 배준호(22·스토크시티)가 나섰다. 배준호와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와 프리롤로 나선 이강인 셋 모두 2000년대생이다.

선제골을 만들어낸 전진우. [뉴스1]

전반 30분 황인범(29·페예노르트)의 코너킥을 문전의 전진우가 헤딩슛을 시도했다. 공은 이라크 파하드 알하제리 허벅지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의 궤적은 자책골이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전진우의 골로 기록했다.

후반 6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각이 좁았지만 이강인이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배준호가 농구 ‘노룩 패스’처럼 이강인을 보지 않고 패스를 툭 내줬다. 3분 뒤 황인범의 크로스를 배준호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오현규가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축구대표팀 이강인(왼쪽)과 배준호(오른쪽)가 득점을 합작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가운데는 오현규, [뉴스1]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에서 ‘스토크의 왕’이라 불리는 배준호가 어시스트 2개를 올리다. 자신이 왜 ‘포스트 손흥민’이라 불리는지 증명했다. 경기장에는 팬들이 부르는 ‘젊은 그대’가 울려 퍼졌다.

교체 투입된 이재성(33·마인츠)이 후반 27분 네 번째 골을 뽑아냈다. 후반 29분 손흥민이 황인범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 받고 교체로 들어갔다. A매치 134번째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이운재를 넘어 한국축구 A매치 최다출전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토트넘 소속으로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낸 손흥민이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인범(왼쪽)에게 주장완장을 넘겨 받고 교체투입되는 손흥민. [뉴스1]

홍명보팀은 ‘세대 교체’와 ‘승리’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오는 12월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FIFA랭킹 134위 쿠웨이트전 승리가 필요했다.

서포터스 붉은악마 주도로 응원석인 레드존에 ‘WE 대한(위대한 대한민국축구)’ 문구의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다만 6만5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4만1911명만 찾았다. 킥오프 1시간 전까지 2만석 이상이 텅텅 비었고, 경기 시작 후에도 관중석 상단과 구석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해 ‘김빠진 콜라’ 같은 경기였던 데다, 최고 스타 손흥민의 결장 가능성에 팬들이 발걸음을 주저했다.

텅 빈 관중석은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대변하기도 한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가 불공정한 절차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는 ‘특혜 의혹’이 터졌고 팬심이 돌아섰다.

한국과 쿠웨이트전 킥오프 1시간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박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