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 3강을 구축했다. 예년 같으면 여름 더위와 함께 고전하기 시작했을 텐데, 올해는 꿋꿋이 순위를 지키며 ‘봄데(봄에만 반짝하는 롯데)’ 이미지를 벗어내는 중이다. 최근 팬들은 이런 모습을 가리켜 과거 롯데그룹 식품계열사 이름을 따 “롯데삼강”으로 부른다.

올 시즌 롯데의 고공행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전준우(39)다. 주장이자 베테랑 외야수인 전준우는 요즘 타격감이 전성기 못지않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53, 2홈런 8타점 5득점이다. 시즌 성적도 64경기 타율 0.297, 6홈런 38타점 31득점으로 흠잡을 데 없다. 최근 만난 전준우는 “5월 내내 3위를 달렸는데, 최근 위기가 왔다. 부상자가 나오고 주축 선수 컨디션이 떨어져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웠다”며 “다행히 지난 주말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둬 벤치 분위기가 다시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준우의 얘기처럼 롯데는 지난 주말 3연전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 롯데는 지난 6~8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3연전에서 1차전을 2-5로 내준 뒤, 2, 3차전을 각각 9-4와 4-2로 이겼다. 3연전 기간 전준우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았다. 2차전 3회말에는 결정적인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3차전에서도 1회 선취점으로 이어진 좌전 2루타를 쳐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2차전 5회에는 제이크 케이브의 파울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기도 했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이 “전준우가 처음으로 미웠다”고 했을 정도다.

전준우는 “(조성환이) 지금은 감독대행이지만 과거에는 롯데에서 룸메이트로 모셨던 친한 형이다. 의도치 않게 상대 사령탑과 선수로 만난 경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와 죄송하다”며 “고참이라고 몸을 사리고, 잡을 공도 놓친다면 팬들이 가장 먼저 인정하지 않을 거다. 나는 야구를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실천한다”고 강조했다.

늘 근면·성실한 전준우는 지난 4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멀티안타를 기록해 개인 통산 2000안타의 금자탑을 세웠다. KBO리그 역대 20번째 대기록이다. 전준우는 “2008년 데뷔할 때만 해도 2000안타는 생각도 못 했던 숫자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를 선수였는데 시간이 흘러 이렇게 큰 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전준우는 건국대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부산 태생이 아니지만 15년 넘게 사직구장에서 뛰며 부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됐다. 전준우는 “사실 경주고 졸업반 때 롯데 지명을 받았다. 당시에는 대학 진학 문제로 바로 데뷔하지 못했고, 4년 뒤 다시 선택받아 롯데에 왔다. 내겐 운명 같은 팀”이라며 “포스트시즌을 마지막으로 치렀던 2017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팬들께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