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 배터리 잡을 마지막 기회…K배터리 ‘KKK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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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항전 승부수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속에서도 세계 각국은 배터리 산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한목소리로 “특허 등 기술력이 탄탄한 K-배터리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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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정보데이터베이스(WIPS)의 지난 1월 말 기준 배터리 분야 특허 1위는 LG에너지솔루션(4만8000건)이었다. 전 세계 주요 5개국(한국·미국·유럽·중국·일본)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CATL(2만5000건)이 2위였고, 그 다음이 삼성SDI(1만6000건), 파나소닉(1만1000건), BYD(8000건)순이었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특허 출원 건수를 합치면 약 6만4000건으로, 중국의 합계(3만3000건)의 약 1.94배에 달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4년 1~4월 45.3%에서 2025년 같은 기간 39.4%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0위권 내 중국계 배터리 업체 5곳의 점유율 합계는 42.6%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전기차용 배터리의 80%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의 점유율 확대는 국가 주도형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성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관세 전쟁이 불붙으면서 중국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계 배터리업체 AESC는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추진 중인 배터리 공장의 건설을 전면중단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방 보조금이 사라질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9% 급감하며 수출길도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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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유럽과 일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지난해 파산을 신청하면서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자급자족 계획은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를 상용화한 일본도 경기 부진 여파로 닛산과 도요타 등이 배터리 공장 투자를 줄줄이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모두가 주춤하는 지금이 우리나라 배터리의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 대통령이 “K-배터리로 대한민국 경제를 재충전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강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충청권·영남권·호남권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업계에선 실질적인 현금 지원을 담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행 보조금 규모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작을뿐더러, 흑자를 낸 이듬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이어서 적자를 낼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특별법처럼 ‘배터리 산업 기본법’을 만들어 기준과 규제를 통합관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해말 발간한 ‘글로벌 배터리 산업 동향 및 국내 정책 대응 방향’ 리포트를 통해 “배터리 산업은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향후 2~3년의 제조 설비 투자가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 지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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