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 외야수 김성욱(32)은 지난 7일 이른 아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NC 다이노스 2군 소속이던 그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오전 11시 시작하는 2군 경기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전화는 SSG로 트레이드됐다는 통보였다. NC 유니폼 차림의 김성욱은 예상치 못한 연락에 멍해졌다. 트레이드 공식발표는 정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적 후 맹타를 휘두르는 SSG 김성욱. 펀치력 능력이 강점이다. [사진 SSG 랜더스]

김성욱은 결국 롯데 자이언츠와의 2군 경기를 끝낸 뒤에 SSG로 합류하기로 정리했다. 그렇게 NC 고별전을 치른 김성욱은 그날 오후 곧장 SSG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리는 수원으로 향했다. 도착이 늦어 이날 1군에 등록하지 못했고, 다음날 정식으로 합류해 이숭용(54) 감독 및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다.

김성욱

김성욱은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SSG 이적 후 처음 주전으로 나왔다. 모든 게 어색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김성욱은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렇게 SSG 데뷔 첫날 6-2 승리를 이끌었다.

2012년 NC에서 데뷔한 김성욱은 펀치력만큼은 인정받은 기대주였다. 나성범(36)을 뒤이을 외야수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7홈런을 쳤지만, 올 시즌 들어 타격 부진을 겪고 주전에서 밀렸다. 김성욱은 “처음에는 트레이드가 믿기지 않았다. 친정 NC를 떠나게 돼 아쉽기도 하고 팬들에게 죄송했다”면서도 “SSG는 내 마지막 팀이 될 수 있다. 주변 환경을 바꿔서라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SG도 김성욱에게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김성욱이 2군에서 맴돌자 내년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5000만원을 얹어주고 김성욱을 영입했다. 이숭용 감독은 “오래전부터 김성욱을 지켜봤다. 힘만큼은 최고다. 생각이 많아 제 기량을 내지 못하는 눈치더라. 함께 고민하면서 좋은 타자로 성장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이적 후 맹타를 휘두르는 KT 이정훈. 유틸리티 플레이 능력이 강점이다. [사진 KT 위즈]

올 시즌 상위권을 달리는 KT도 트레이드를 통해 보석을 얻었다. 최근 롯데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이정훈(31)이다. 2017년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한 이정훈은 김성욱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다가 2022년 방출됐다. 테스트를 거쳐 롯데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얻었지만, 거포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정훈

이정훈에게 손을 내민 곳이 KT였다. 타선 침체로 고민하던 KT는 최근 왼손 투수 박세진(28)을 내주고 이정훈을 데려왔다.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를 얻은 이정훈은 10일 수원 롯데전에서 김성욱처럼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4타수 2안타 2득점. 직전 SSG와의 홈 3연전에서도 타율 0.444(9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한 이정훈은 이날도 멀티히트를 뽐내며 주전을 꿰차는 분위기다. 이정훈은 “사실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 트레이드 통보를 받고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다짐했다. 타격감이 나쁘지 않으니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