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진위 논란’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문화유산 등록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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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12일 정부 관보를 통해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의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관련 사료와 기록을 종합해 보면 (당시 구출) 작전에 투입된 증기기관차는 미카3-219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9호는) 작전 일자와 작전 목적이 1950년 7월 20일 물자 후송으로 기술된 문헌이 있는 점 등에 비춰 등록 사유에 오류가 있으므로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미군 구출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던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가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위를 상실했다.

국가유산청은 6월 12일 관보를 통해 해당 기관차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말소한다고 공고했다. 이로써 2008년 등록된 지 약 17년 만에 목록에서 제외됐다.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는 1940년 일본에서 제작돼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됐으며, 경부선 등 주요 간선 철도에서 운행되다 1967년 디젤기관차 도입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현재는 국립대전현충원 내 야외 호국철도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등록 당시에는 1950년 7월 19일 북한군에 포위된 미 제24사단장 윌리엄 F.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적진으로 돌진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또한, 당시 적의 포격으로 기관사와 특공대원이 대부분 전사한 비극적인 사연을 지닌 유물로, 철도인의 애국·희생정신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후 실제 작전에 투입된 기관차가 129호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졌다. 전문가들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작전에 사용된 기관차는 미카3-219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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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 객차 내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129호에 대한 문헌 기록에 따르면 1950년 7월 20일 작전 당시 물자 후송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등록 사유의 핵심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을 내리고 등록을 말소하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과정에서의 사실관계 검증과 심의 절차가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건을 포함해 현재까지 말소된 등록문화유산은 총 19건이다. 예를 들어 2005년에 등록된 ‘진주 하촌동 남인수 생가’는 근거 자료의 신뢰 부족으로, ‘은제이화문화병’은 왕실 유산이 아닌 일본 제품으로 밝혀져 각각 등록이 취소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장마와 폭우로 훼손된 ‘통영 구 석정여인숙’도 말소됐다.

이번 미카형 129호의 사례는 상징적 의미가 강했던 유산에 대한 역사적 진위를 둘러싼 논쟁이 국가 차원의 판단으로 이어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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