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생지원금 준다는데 “정부 직접 쓰면 효과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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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로 본 경기부양책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전 국민 25만원 지급’ 공약 추진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부양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서다.

12일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구체적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한다. 전체 규모는 20조원가량으로 민생회복지원금(민생지원금)과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에게 직접 현금성 지원을 하는 민생지원금은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할지, 선별할지를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 13조원의 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선별 지원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전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보편지원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른바 떨어지는 ‘가성비’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은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것은 경기 부양에 효과가 떨어진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 보고서에서 재정을 쓰는 방식을 정부 소비, 정부 투자, 이전 지출 3가지로 나눠 분석했었다. 정부 소비는 복지나 교육 서비스, 공공 부문 고용에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정부 투자는 도로나 철도 항만 등 공공 인프라 구축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금을 직접 주는 방식은 이전 지출에 해당한다. 1조원을 쓴다고 했을 때, 정부 소비 형태로 쓰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9100억원 느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부 투자 방식으로 쓰면 8600억원, 이전 지출 방식으로 하면 3300억원만 GDP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재정을 써도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이전 지출)이 정부 소비나 투자보다 경제성장률을 훨씬 적게 늘린 것이다.

‘소비 대체 효과’ 때문이다. 정부가 다리나 도로 같은 인프라를 지으면, 그만큼 건설 투자액이 늘면서 전체 GDP도 증가한다. 하지만 현금으로 나눠주면 개인은 이 돈을 전부 소비에 쓰지 않는다. 예컨대 한 달에 고정적으로 식비를 100만원 쓰는 사람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고정 식비를 지원금으로 쓰고 남는 자신의 돈은 저축하는 경향이 있다. 나눠준 재정 중 일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GDP 증가도 제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다.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만 나타났다. 100만원을 지원금으로 줬지만, 실제 늘어난 소비는 20~30만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인구 고령화로 씀씀이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현금 지원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73.6%였던 평균소비성향(전체 소득 대비 소비하는 비율)은 지난해 70.3%로 하락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이 낫다”면서 “현금 지원은 경기 부양보다는 저소득층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선별해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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