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군대가 바꾼 남자…5년차에 ‘신인왕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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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기
프로야구 LG 트윈스 왼손 선발 송승기(23)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샛별이다. 지난 2021년 프로에 온 5년 차 ‘중고’ 신인인데, 올 시즌 처음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발군의 활약을 보인다.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2.30이다. 다승은 7위이고, 평균자책점은 외국인을 포함하면 3위, 국내 선수 중에선 1위다. 현재 19와 3분의 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LG의 선두 경쟁에 앞장서면서 ‘에이스 같은 5선발’ ‘신인왕 0순위’ 등의 호평을 받는다.
SSG 랜더스전이 열린 지난 11일 잠실구장에 만난 송승기는 “칭찬하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별생각 없이 그냥 읽고 넘겼다”며 “아직 갈 길이 먼데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평소 야구 기사를 꼼꼼히 읽지만 내 기사를 따로 검색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올해 성적만큼은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라 할 만하지만, 사실 지난 시즌까지도 꽤 길고 어둑어둑한 터널을 지나왔다.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지난 4년간 1군 이력은 8경기 9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야탑고를 졸업한 그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전체 87순위)에 뽑힐 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입대가 마법 같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송승기는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며 몸과 마음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전보다 백스윙을 크게 하는 방식으로 투구 동작을 바꿔 시속 140㎞대 초반이던 최고 구속을 시속 148㎞까지 끌어올렸다. 마음가짐도 다잡았다. 마운드에 오르며 ‘얻어맞으면 어쩌지’라고 걱정부터 했던 그는 생각의 각도를 틀어 ‘절대 점수를 주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에 나와 11승, 평균자책점 2.41, 탈삼진 121개로 트리플크라운(3관왕)을 달성했다. 그는 “제대하고 복귀한 후에도 똑같은 투구 폼과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기록은 ‘에이스’급이라도 팀 내에선 분명 5선발이다. 송승기는 “다섯 번째 선발투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투수와) 바뀔 수 있는 자리”라며 “상무 시절이나 1군에 올라온 지금이나, 승패를 떠나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오는 게 제일 싫다”고 털어놨다. 시즌 목표도 이와 통한다. 그는 “신인왕, 두 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 등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지금 내 머릿속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며 “KBO리그 최고의 이닝 이터(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로 성장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를 동료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면 모두가 행복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승기는 “최근 (염경엽) 감독님이 ‘지금 네 구위는 연타를 허용할 수준이 아니다. 제대로 던지고도 맞는 건 불가항력이니 자신 있게 하라’고 격려해줬다”며 “몸과 마음이 딱 맞는 상태로 세팅된 느낌이다. ‘내 야구’를 찾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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