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생일날 호화 열병식, 미 전역에선 “노 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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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을 맞아 수도 워싱턴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등장했다. 군중은 ‘미국(USA)’을 연호했지만, 단상 근처 ‘특별 게스트’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미소를 띤 트럼프 대통령은 방탄유리로 차단된 단상에 올라 미국 국가에 맞춰 성조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이날 열병식은 걸프전 승전 퍼레이드 이후 3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열병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염원하던 행사다. 첫 임기 때도 열병식을 추진했지만, ‘군의 정치화’를 우려한 군 지도부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러나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까지 장악한 트럼프 2기 들어 그를 막는 이가 사라졌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날 대통령 옆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열병식은 독립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 투입된 무기와 군복들이 등장하며 미군의 250년 변천사를 보여줬다. 이어 2차대전 때 활약한 셔먼 탱크와 현재의 주력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을 선보였고, 상공엔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헬리콥터가 비행했다.
에이브럼스 탱크·블랙호크 등 총출동
이날 열병식에 쓴 돈은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원). NBC·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대통령 생일에 열리는 열병식에 세금을 쓰는 데 반대했다.
육군에 따르면 20만 명의 시민이 열병식을 직접 관람했다. 백악관 주변은 물론 워싱턴 시내 전역엔 높은 펜스가 설치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0도에 달한 무더위에도 물병 반입이 금지됐다. 간혹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이었다.
자신을 예비역 중사라고 소개한 토드 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국의 군대를 더 자랑스럽게 해주고 있다”며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군의 역사와 최첨단 무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은 스테이시 그레이스는 “여러 논란을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강한 미국의 군대를 직접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반면에 펜스로 분리된 열병식장 밖에선 소규모 집회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백악관 북쪽에서 시위에 참가한 프랭클린 가르시아는 “나도 군을 존중하지만 군인이 무서워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는 난민과 이민자들이 있다”며 “나는 그들을 위해 대신 이 자리에서 ‘왕을 거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했다. 피켓 시위를 벌이던 카일 존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파시즘이자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시위대 “트럼프 아웃, 인종차별 반대”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반트럼프 시위대가 ‘No Kings’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있다. 이날 미 전역 2000여 곳에선 반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이날 미 전역 2000여 곳에선 트럼프 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2020년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대는 “노 킹스”를 비롯해 “힘은 우리에게 있다” “트럼프 아웃”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이 “성조기는 트럼프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며 성조기 지참을 권장하면서 성조기를 든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의 시위는 마찰 없이 끝났지만 노스캐롤라이나 샬럿과 라틴계 인구가 많은 조지아 애틀랜타에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이 발사됐다. 필라델피아에선 10만 명, LA 2만5000명, 트럼프 대통령 고향인 뉴욕에서도 5만 명이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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