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작권·주한미군·유엔사…한국 안보 직결된 문제 셋 [Focus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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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지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 만 5개월이 된다. 지난 5개월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모든 이슈 위에 군림한 블랙홀과 같은 키워드는 중국이다. 미국의 핵심적인 군과 국방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늘 한국은 중국과 함께 등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5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의 세미나에서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며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하며 한국이 제공하는 지정학적 위치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 지역을 보고 있다. 연합
지난 3월 미 국방부의 ‘잠정 국방전략 지침’은 중국의 대만침공 저지와 본토 방어가 미국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 지침에서 또 미 국방부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하고 동맹국들이 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 억제에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위 내용은 올해 발간 예정인 트럼프 정부의 국방전략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국방역량을 중국에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동맹과 파트너 국가가 (중국에) 종속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을 겨냥해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이 글에서는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우리 안보와 직결된 3가지 사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전시작권통제권 전환 문제
미 국방부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는 지난 3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공개한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관련 질문의 서면 답변에서 “전반적으로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은 가능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도 있었다.

지난 9일부터 열린 연합 병참선 교량 구축 훈련에서 한국군과 미군 장병이 협력하고 있다. 육군
이제 미국이 우리 정부에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한 제안을 해올 수 있는 시기다. 2006년 시작한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추진은 몇 차례 합의 번복을 거쳐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종 운용능력평가(FOC)까지 마쳤고, 마지막 단계인 최종임무평가(FMC)가 남은 상태다.
전작권전환은 순수한 군사적 문제지만, 한반도의 민감한 정치·안보 상황으로 한·미 모두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결심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현재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결심은 그 여건이 성숙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서두르거나 먼저 전작권 전환을 요구해선 안 된다. 자칫하면 미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국 감축과 사령관 계급 하향 안에 대한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제까지의 전작권 전환 협상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연기나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순간 미국이 비용·추가 조건 등 또 다른 부담을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콜비 차관도 대선 기간인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전작권 전환은 가능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현재 동맹에서 한국군의 역할 확대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콜비 차관의 현재 답변은 한국군의 역할은 물론 비용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전작권 전환을 요구한다면 우리가 더 늦출 이유는 없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과 위협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위협에 늘 우선 수위를 두고 여타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미국이 전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는 365일 밤낮으로 다른 변수에 없이 북한에 집중할 한국군이 전작권을 보유하는 것이 대북 억제력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동맹관계에서 우리의 역할 확대를 원하는 미국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대만 위기 상황 등 동아시아의 상황이 불안해질 때 미국의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우리가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을 명분도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전작권 전환으로 인한 사령관 계급 하향 조정, 주한미군 철수 등 연합방위력의 감소, 특히 미국 핵 자산에 의한 확장억제의 실행력과 신뢰성 저하 등 문제는 우리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미국으로부터 확실히 보장받고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정치적 결심이 정해지고 이를 추진하게 된다면, 더 유의미한 조직 운용의 효율성과 조직 규모의 최적화를 위해 합동군사령부 창설 문제, 전·평시 지휘권 이원화 문제, 정전관리 책임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변화와 일본과의 단일 전구 문제
미국에 있는 총 44명의 4성 장군 중 20%를 감축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계획과 여기에 주한미군 사령관이 포함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5월 말에는 4500여 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는 미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주한미군의 감축설에 대해 미 국방부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해줬지만,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계류돼 있다. 뉴스1
또 지난 3월 헤그세스 장관의 일본 방문 시 일본 방위상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구로 인식하고 한국·필리핀·호주 등과 연대를 강화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된 바 있었다.
1978년 한·미 연합군사령부 창설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연합방위 체제는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는 근간이었다. 한마디로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성공적이었다. 이 체제의 변화는 억제력 감소를 의미하며 미국으로서도 잃을 것이 더 많다. 과거보다 더 중국을 더 견제하고 싶어 하는 미국으로서도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했던 바와 같이 가장 중국과 가까운 동맹국에 자국 4성 장군 사령관의 주둔을 지속 유지하는 것이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일본 방위상의 하나의 전구 발언은 정확히 인도·태평양 지역을 단일 전구로 인식하고 미국·한국·일본·호주·필리핀을 물론 또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전구로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전구라는 인식으로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방위상은 이달 초 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는 하나의 협력 체계로 묶자는 구상, 단일 협력체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내놓았다. 단일 전구 관련 한국과 중국 등에서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고 용어를 순화한 것이다.
전구(戰區)란 교전 행위가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전쟁 당사국이 중립국이나 제3국에 위험을 경고하는 목적도 있다. 한국으로부터 호주까지의 지역은 너무 광범위하다. 실제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에서 한 지역의 교전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주변 지역에 항공모함 등 전력을 증강한 바 있다.
현재까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변화가 없도록 신정부에서 긴밀하게 미국과 협력과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유엔군사령부 문제
유엔사의 탄생 근거는 1950년 6월 26일 오전, 우리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안이다. 이 결의안을 근거로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마련하였고 유엔사를 탄생시켰다. 한마디로 우리가 유엔사의 최종 사용자라(End User)는 의미다.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김선호 국방부 차관,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이임 사령관, 제비어 브런슨 신임 사령관이 부대열병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현재 최근 회원국으로 동참한 독일을 포함하여 18개 회원국이 있다. 18개 회원국을 보면 유럽 주요국은 물론 아시아·남아메리카·아프리카 등 국가들로 구성돼 있다. 웬만한 지역 다자기구 이상의 회원국 면면을 보인다. 그래서 유엔사의 전략적 가치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변적이다.
이토록 중요한 유엔사에 대해 과거 우리 정부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모두 무관심했다. 항상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하려는 방식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진행된 남북 철도 연결은 유엔사의 협조하 비교적 잘 진행된 사례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유엔사와의 협력은 소통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적지 않게 남겼다.
유엔사의 접근방식은 존재 부정과 회피 전략이 돼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리의 안보를 위해 유엔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안보를 위해 유엔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유엔사를 수용한 수용국(Host Nation)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우리 주도의 안보 이슈를 논하고 유엔사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용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사령관과 한국 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를 격의 없이 할 수 있든 정치·군사 전담 대사가 필요하다. 이 전담 대사는 사령관은 물론이고 18개 회원국 대사와도 소통 채널을 넓히고 우리 주도의 안보 이슈를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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