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음주 측정 거부한 공무원의 승진, 남원시청 발칵 뒤집혔다 [이슈추적]
-
5회 연결
본문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도통동 남원시청 전경. 사진 남원시
행정지원과 등 5곳 압수수색
‘춘향의 고장’ 전북 남원시가 뒤숭숭하다. 인사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남원시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다.
15일 남원시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남원경찰서와 함께 지난 13일 남원시청 행정지원과·감사실·홍보전산과·보절면사무소·사매면사무소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민선식 남원시 부시장(3급)과 인사 담당 5급 간부를 비롯해 공무원 4명의 인사 비리 관여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한 수사관은 “인사 부서가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일부 직원 간 진술이 엇갈려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며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남원시 측은 전했다.
남원시는 지난해 7월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음주 측정 거부로 경찰 수사를 받던 6급 공무원 A씨를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최경식 남원시장의 부당한 지시·개입·묵인이 있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최 시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2월 전국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 고발로 본격화됐다. 도대체 남원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경식 남원시장이 지난 4월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 1층 파크홀에서 열린 제95회 춘향제 프레스데이 & 앰버서더 네트워킹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시장 등 4명 입건
전주지법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31일 오전 2시 10분쯤 고속도로에서 음주 측정 요구를 3차례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사건 전날 남원 시내에서 회식을 한 뒤 본인 차를 몰고 20㎞가량 달리다 광주~대구고속도로 하행선 38.8㎞ 지점 갓길에 세운 채 잠을 잤던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A씨는 경찰관에게 “내가 승진 대상자인데 (음주운전을) 눈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고 말하며 범행 무마를 시도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남원시는 뒤늦게 지난해 7월 17일 A씨 승진 의결을 취소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시장 비서 B씨가 1년 6개월 만에 7급에서 6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등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2024년 하반기 정기 인사에 관한 행정사무조사’에 착수한 남원시의회는 지난해 11월 18일 “음주 측정 거부 공무원이 인사위원회에 수사 개시 통보를 누락했다면 공정한 인사를 방해한 인사권 남용으로, 지방공무원법과 형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공무원들은 “우리도 A씨 거짓말에 속았다”며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지만, 음주 측정 거부로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되지 않아 최 시장과 인사·감사 담당자 등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A씨 말을 믿고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인사를 했다는 게 남원시 설명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A씨가 팀장 시절 일을 잘해 최 시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어찌 보면 시장도 피해자”라며 “최 시장은 기업가 출신으로, 전국 어느 단체장보다 돈에서 자유로워 매관매직(賣官賣職)할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최 시장은 2025년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 신고 결과 189억6383만원으로 전국 시·군 단체장 중 두 번째로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로고. 중앙포토
노조 “인사 비리 몸통은 최경식”
지역 정치권에선 내년 6·3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 경찰이 남원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을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 배후에 있다는 이야기도 돈다. 경찰은 “모두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이번 수사는 특정 정치인이나 내년 선거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진현채 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장은 “이번 인사 비리의 몸통은 최 시장”이라며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남원시지부는 지난 3월 당시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당직자 등 186명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