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잘 먹지만 잘 모르는 감자의 색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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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니 꽤 덥지요? 여름의 시작입니다. 6월에는 24절기 중에 ‘하지’가 있어요. 하지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죠. 하지라는 말을 들으면 뭐가 처음 떠오르나요. 바로 감자입니다. 약간 엉뚱할 수도 있는데요. 어릴 적 시골에서 감자를 부르는 이름이 ‘하지감자’였어요. 왜 하지감자라고 했을까요. 하지 무렵에 감자를 캐기 때문입니다. 봄에 심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수확을 한다니 놀랍죠. 감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 기간이 짧은 게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지역과 품종에 따라 1년에 4번이나 수확이 가능하기도 해요. 그 외에도 감자에는 놀라운 사실이 아주 많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자주 먹지만 잘 몰랐던 감자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3 감자
감자는 페루·칠레 등의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지역을 원산지로 봅니다. 학명 ‘Solanum tuberosum’의 Solanum은 가지과 식물의 통칭이죠. 감자꽃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요. 토마토꽃이나 가지꽃, 고추꽃과도 비슷합니다. 길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한해살이풀인 ‘까마중’과도 비슷한데, 모두 가지과 식물이에요. 이들 꽃은 크기와 색깔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오각형의 별을 닮았죠.
가지과 식물은 또 솔라닌(solanin)이라는 독성을 지닌 알칼로이드 성분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요. 감자의 경우 햇빛을 쐬고 싹이 나기 시작하거나 푸르게 변하면 솔라닌이 활성화돼 아린 맛이 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먹으면 경우에 따라 현기증이나 구토가 나기도 하고 치사량 이상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3 감자
감자라는 말은 한자로 감저(甘藷)에서 온 말인데, 단맛이 나는 마 종류라는 뜻입니다. 바로 고구마를 말하죠. 원래는 고구마의 이름이 감저였고,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인 북방감저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하며, 감자와 고구마를 북감자·남감자라고 나눠 부르기도 했죠. 나중에 고구마라는 새 이름이 생기자 감자라는 이름은 그냥 감자가 가지게 되었어요. 영어의 포테이토(potato) 역시 원래는 고구마를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batata’라고 한 것이 스페인어 ‘patata’로 되고, 다시 영어 ‘potato’가 되었는데 고구마를 부르는 이름에서 어느새 감자를 부르는 말로 바뀌고 고구마는 ‘sweet potato’가 되었죠.
감자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입니다. 흔히 주식으로 생각하는 벼나 밀이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라는 건 아니에요. 감자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다 보니 오랜 시간 우리 인류의 먹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영양성분도 많죠. 예를 들어 단백질 함량은 밀의 2.02배, 쌀의 1.22배, 옥수수의 1.20배라고 합니다. 수확량도 많아 북미의 경우 밀의 3.14배, 옥수수의 1.12배나 되고, 일반적으로 헥타르(ha)당 20톤 이상의 감자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 캐내니까 흔히 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감자는 줄기입니다. 덩이줄기(괴경)라고 해요. 양분을 저장하느라 비대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씨앗으로 파종하기보다 감자를 싹 틔우고 잘라 심으면 거기서 새로 자라나 다시 수확할 수가 있죠. 실제 감자의 열매는 토마토처럼 생겼는데 먹지는 못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3 감자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감자가 미국을 만들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간단히 설명하면,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에서 1840년대 감자 역병이 크게 돌며 대기근이 발생,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고 150만 명 이상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는데요. 이들 이주민이 정착 과정에서 공장과 농장,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며 미국의 발전에 기여한 것을 빗대 말한 거죠.
자주 먹는 감자지만 몰랐던 이야기가 많지요? 숲속 깊은 곳의 신비한 식물 말고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는 작물에도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존재도 어쩌면 우리 가까이에 이미 있을 거예요. 늘 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고마움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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