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개막도 하기 전에 입장권 매진...열기 뜨거운 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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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모습.[연합뉴스]
"힘들 때, 외로울 때, 당신이 기대는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올해 제67회 서울국제도서전이 던지는 물음이다. '믿을 구석(The Last Resort)'은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도서전 주제. 국내 성인 독서율은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지만,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이 도서전의 열기 만큼은 갈수록 뜨겁다.
제67회, 18~22일 서울 코엑스에서 #문형배 박찬욱 이세돌 등 강연 예정#참가사 작년보다 크게 늘어 530여곳 #을유문화사·현암사 '팔순잔치' 겸해 ##
올해는 사전 판매(얼리버드) 단계에서 지난 9일 입장권이 매진되는 일까지 벌어져, 현장에서는 아예 표를 팔지 않기로 했다. 미취학 아동, 장애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만65세 이상 등 무료 입장 대상자에게만 현장에서 입장권을 제공한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은 "안전에 대한 고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발매된 입장권만으로도 도서전 기간 내내 상당히 혼잡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얼리버드는 현장 판매보다 할인된 가격에 관람 날짜를 지정해 입장권을 예매하는 제도. 하지만 공연처럼 관람 시간이 세분화되지 않아 관람객이 몰릴 때는 입장 줄부터 길게 늘어설 수 있다.
도서전 측은 "지난해의 경우 토요일에는 입장하는 줄이 너무 길고, 전시장 안에서도 인파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는 모든 요일이 금요일 수준으로 판매되었을 때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관람객 15만 명과 비슷한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이번 도서전의 열기는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등 참가사가 크게 늘어난 데서도 짐작된다. 지난해는 해외 122개사, 국내 330개사 등 19개국 452개사가 참가했다. 올해는 해외 106개사, 국내 429개사 등 17개국 535개사가 참가한다. 지난해의 큰 성황에 힘입어 국내 출판사들 참가 신청이 쇄도하면서 부스 배정에서 탈락한 출판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참가사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을유문화사와 현암사. 둘 다 해방의 기쁨을 맞은 1945년 출범해 창립 80주년을 맞는 해방둥이 출판사다. 현암사 조미현 대표는 이번 도서전 컨셉트를 "현암사의 팔순잔치"라고 소개했다. 독자를 겨냥한 크고 작은 이벤트와 함께 현암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 새로운 로고와 글씨체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암사 조미현 대표가 창업주인 할아버지 현암 조상원(1913~2000), 아버지 조근태(1942~2010) 2대 대표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10년 전 현암사 70주년 무렵에 촬영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조 대표는 할아버지 현암 조상원(1913~2000), 아버지 조근태(1942~2010) 2대 대표에 이어 3대 출판인이자 '책바치'. 책바치는 가죽신 만드는 장인을 갖바치라고 하듯, 책 만드는 사람의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뜻으로 창업주 조상원이 만든 말이다. 현암사는 1945년 12월 대구에서 잡지 '건국공론' 창간으로 시작해 1951년 지금의 이름이 됐다.

현암사의 시작인 1945년 12월 '건국공론' 창간호. [사진 현암사]
일본식 용어인 육법전서(六法全書) 대신 이제는 일반명사가 된 『법전(法典)』이라는 이름으로 1959년 처음 법령집을 펴내기 시작한 곳도 현암사다. 조미현 대표는 "독자, 저자, 협력사, 직원들 덕에 80주년을 맞았다"며 하반기에도 릴레이 인문학 강연 등 80주년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을유문화사도 이번에는 부스를 마련하고, 지난 80년의 대표적인 도서들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1945년 12월 민병도, 윤석중, 조풍연, 정진숙 네 사람이 함께 시작한 을유문화사는 그 이름 역시 해방의 기쁨을 맞은 1945년이 을유년인 데서 따왔다.

을유문화사 직매점 문장각 모습. [사진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의 첫 책은 1946년 나온 『가정글씨체첩』. 서예가 이각경이 쓴 한글 글씨 교본이다. 창업 멤버 정진숙(1912~2008) 을유문화사 회장은 "하도 잘 팔리니까" 지방에서 해적판이 나올 정도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을유문화사가 1946년 펴낸 첫 책 '가정글씨체첩'. 우리나라 고전 명문 중에 가려 뽑은 구절들을 서예가 이각경의 궁체 글씨로 정리한 책이다. [사진 을유문화사]
1946년 나온 박목월·조지훈·박두진 시집 『청록집』, 일제에 압수되었다가 해방 이후 극적으로 되찾은 조선어학회의 원고를 1947년 첫 권 『조선말큰사전』으로 내기 시작해 11년 만에 전 6권으로 완간한 『큰사전』 등은 을유문화사 초창기의 굵직한 발자취로 꼽힌다.

을유문화사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 1947년 10월 9일 한글날에 '조선말 큰사전' (조선어학회 지음)첫 권이 나왔고 1957년 전 6권으로 완간됐다.[사진 을유문화사]
이번 도서전은 이처럼 각 출판사의 부스, 주제 전시 등과 함께 다채로운 저자들의 강연과 북토크가 열린다. '헤어질 결심'으로 각본집 열풍을 일으켰던 박찬욱 감독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을 주제로, 알파고와 대결했던 이세돌 9단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와 '인공지능의 미래'를 주제로 각각 작가와의 만남을 펼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등 김장하 장학생들의 북토크도 있다. 『줬으면 그만이지』의 김주완 기자, '어른 김장하'의 김현지 PD가 함께하는 이 북토크 주제는 '어른 김장하의 씨앗'.
소설가 김금희·김기태·김동식·김애란·김초엽·김호연·윤성희·손원평·장강명·장류진·정대건·정보라·조예은·천선란·한유주·강화길·박서련 등과 시인 심보선·서윤후·이훤·도종환·안도현·박성우·김민정·박준·안희연 등 문학작가들 행사도 여럿이다. 건축가 유현준, '흑백요리사' 최강록 쉐프, 이슬아·은유 작가, 출판사 대표로 변신한 배우 박정민도 독자들 앞에 나선다. 이번 도서전에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서울도서관이 각각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면서 평산책방 '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오세훈 서울 시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주빈 타이완에서는 소설가, 만화가, 그림책 작가 등 30여명과 출판사와 관련 단체 26곳이 도서전에 온다. 소설가 천쉐와 천쓰홍의 기념 강연, 한국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타이완 출판계 명사 하오밍이의 대담도 예정돼 있다. 국내외 저자들의 여러 행사 역시 이미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사전 접수가 마감된 경우가 많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입장권 사전 매진에 대해 사과하며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게 연구해서 최선의 입장 방식을 마련해 보겠다"며 "적어도 후년에는 전시 면적도 더 확보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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