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전문가회의, 하메네이 후계자 정해뒀다…"차남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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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에서 군중에게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제거를 언급하면서 그의 후계 구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표적 공습한 군 주요 인사들도 하메네이의 후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그곳은 안전하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죽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현재 테헤란 인근 지하시설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의 존재를 부각하며 위협한 것이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16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제거는) 갈등을 끝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가 사망할 경우 이란 헌법에 따라 전문가회의의 주관으로 비상 승계 절차가 개시된다. 이란의 이슬람교 율법을 심의하는 기구인 전문가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최고지도자 선출 권한을 갖는다. 현재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는 전문가회의는 이미 하메네이가 85세로 고령인 점을 고려해 후계자 선정을 논의해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문가회의는 하메네이의 후계자 세 명의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단, 후보자가 누군지는 극비에 부쳐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측근 상당수가 사망하면서 하메네이의 고심도 깊어졌다. 그간 하메네이는 경비대 지휘관, 신학자, 정치인 등 약 20명으로 구성된 측근 고문단을 두고 중요한 결정을 논의해왔다. 이와 관련, 17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의 측근에 공백이 생기며 이란이 방위와 내부 안정 문제에 대해 잘못될 계산을 할 위험이 극도로 커졌다"고 전했다.

하메네이 차남, 최고지도자 승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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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5). AP=연합뉴스

후계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5)다. 이란의 국제정치 분석가 모라드 베이시는 "모즈타바는 아버지의 승인을 받아 지도자로 육성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하메네이는 모즈타바를 비롯한 아들들에게 공식적인 직책을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즈타바는 하메네이 정권의 실세 조직인 '최고지도자 출판사무국'을 사실상 이끌어 오면서 주요 정책들에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출판사무국은 명목상 성직자 출판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교리 감시 집행 기관으로 기능하며 이단 학자들을 징계하고 신학교들의 돈줄을 쥐었다.

다만 모즈타바는 신학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시아파 이슬람에서는 수십 년 이상 학문적 연구와 동료의 인정을 받아야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 역할에 필요한 종교적 자격이 부족하다. 그는 공식적인 법률 의견을 발표한 적도 없고 콤이나 나자프의 전통 신학교에서 강의한 적도 없으며 고위 성직자로 인정받은 적도 없다"고 짚었다.

이 밖에 신학자인 알리레자 아라피 수호위원회 위원 겸 전문가회의 위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쿰 지역의 금요예배 지도자, 알-무스타파 국제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하셈 호세이니 부셰리 전문가회의 총회 제1부의장이자 쿰 금요 예배 지도자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라피는 권력 구조 내 지위가, 부셰리는 하메네이와 긴밀한 관계가 주목된다.

"이스라엘, 하메네이 순교 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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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타바가 지난 2024년 10월 1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헤즈볼라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모즈타바는 하메네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도 꼽힌다. 모즈타바가 신학자들의 합의 없이 후계자로 추대된다면 그에 반발하는 세력이 연합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이 표적 공습한 대상을 살펴보면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스라엘이 사살한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항공우주책임자, 모하마드 카제미 정보기관 책임자 등은 하메네이의 주요 고문들이다. 이번 공습의 목표가 모즈타바의 보호막을 무너뜨리고 정권의 핵심을 노출시키려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된다면 아들인 모즈타바도 신성시되고, 부족한 자격도 비상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더힐은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를 살려두고, 대신 그의 군부 지지층을 약화시켜 지금의 교착 상태를 심화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즈타바나 고위 강경파 성직자를 제거하는 것은 순교와 공고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이스라엘의 목표는 정권을 참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키고 분열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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