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나토 불참 급선회…"중동사태로 한·미 회담 성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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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는데,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해석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그간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타 정부 인사의 대참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면서다.
전날만 해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였다. 물밑에서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인해 무산된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준비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중동사태로 한·미회담 조율 어려웠나…나토 불참 급선회
하지만 고심 끝에 결국 불참으로 선회한 건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며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사실상 참전하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쟁을 지휘하게 된 트럼프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참석하더라도 중동 관련 현안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별도의 한·미 정상회담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 성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상황 판단이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안다”며 “한·미 정상회담 불발을 감수하고도 참석하기엔 국내 현안이 만만찮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로 유가 상승을 포함해 경제 불안이 커졌고, 국내적 여파를 고려할 때 장관 인선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상은 해당 사안에 입장을 밝히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나토 무대가 이 대통령의 중동발 외교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정부의 고민은 앞서 발표한 입장에서도 묻어난다. 외교부는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정부는 핵 비확산 관점에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란 내 핵시설 공격 관련 사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역내 긴장이 조속히 완화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습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피하면서도 공습 ‘명분’ 자체에는 공감대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핵 비확산 관점’을 강조한 데는 한국 역시 북핵의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당사자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이란 내 핵시설을 폭격한 건 ‘무력’을 동원한 이란 핵 문제 해결 시도에 해당한다. 미국이 직접적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자위권 발동 차원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를 두고 국제법적 논쟁의 여지가 크다. 그런데 대북 군사 옵션까지 가정해야 하는 한국이 이에 대해 아예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앞서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외교부는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 등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며 원인 제공자를 이스라엘로 지목하는 듯했는데, 여기서도 달라진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출범 직후 외교적 위험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읽히지만,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아직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이재명표 실용외교’에 국제사회의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눈앞의 어려운 외교적 숙제를 잠시 미뤄둔 것에 불과할 수 있는 데다 참석을 통해 얻는 외교적 실익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비확산 문제가 국제적인 의제로 부상한 건 나토의 우선순위 밖에 있던 북한 핵 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 외교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동시에 러시아와 밀착하며 3차 파병까지 약속한 북한의 행보 등에 대해 국제사회에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공감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불참을 미국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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