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Health&] [기고] 소리 없이 스며드는 뇌 전이 폐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가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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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선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GFR 변이 환자 50% 뇌 전이 경험
3세대 표적항암제, 탁월한 효과 입증

기고 최선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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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린다. 폐는 동맥과 연결돼 있어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지기 쉬운 구조다. 뇌·뼈·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에야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폐암을 의심할 수 있는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극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 전이 병변을 통해 폐암 4기로 진단받는 환자도 있다.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병이 진행되면 뇌 전이가 자주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한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치료 과정에서 뇌 전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뇌 전이 폐암 환자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 기간은 물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통·구토·발작 같은 국소적인 신경 증상부터 심각한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어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뇌에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이 존재해 현실적으로 항암 치료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EGFR 변이 폐암의 치료 환경을 바꾼 것은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다. 기존 1·2세대 EGFR 표적항암제와 비교해 향상된 치료 효과와 안전성 등을 바탕으로 뇌 전이 폐암 환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된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은 뇌혈관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해 뇌 전이 병변에 대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입증했다. 임상 연구에서 뇌로 전이된 병변의 진행을 막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 중앙값이 평균 28.2개월로, 1세대 표적항암제(8.4개월)와 비교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최근엔 병리학적 완전 관해를 달성한 환자 사례도 보고되는 등 치료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병리학적 완전 관해 달성으로 무진행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고무적인 변화다. 뇌 전이가 진단된 시점에서 환자가 느끼는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 생존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그래서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치료가 중요하다.

암으로 진단받으면 누구나 불안하고 좌절한다. 예후가 불량한 뇌 전이 폐암이라면 더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간혹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낸 환자도 있다.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생존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도 계속 나오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폐암 연구팀도 유전자 돌연변이와 폐암 예후의 관계, 소세포폐암의 항암 치료 전략과 예후 개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암 극복의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의료진을 믿고 치료 의지를 다지면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나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 전이 폐암이라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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