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르무즈 봉쇄 위기' 중국이 떤다…트럼프, 이란 공습 3대 노…
-
3회 연결
본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대해 전 세계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작전을 마친 뒤 직접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고,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공습 직전인 19일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가 이어졌다. 중·러 정상 통화의 핵심 논의 사안 역시 이란 문제였다. 이번 공습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 정세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호르무즈 봉쇄 위협에…의외로 침착한 미국
국제적 역학 관계를 추론할 단초는 호르무즈 해협이 꼽힌다. 이란 의회는 미국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의결했다. 군사적으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운 이란의 최대 선택지다.
JD밴스 부통령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에 대해 “이란에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자국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겠다면 그들이 결정할 일이겠지만, 이란이 그렇게 하겠느냐”며 다소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JD밴스 부통령 등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온적 반응엔 배경이 있다. 이란이 사실상 통제권을 가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20%가 지나는 관문이다. 이곳이 봉쇄될 경우 중동산 원유에 99%를 의존하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에너지 패닉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 패닉이 발생하더라도 미국만은 예외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를 통과해 수입된 원유는 7%, 소비량 기준으론 2%에 불과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중동 위기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경우 미국은 자국산 원유 수출에서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이란발 ‘호르무즈 봉쇄’의 최대 피해는 중국
반면 중국은 이란과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강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이란산 원유는 중국의 저가 생산 전략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도 꼽힌다.

지난 1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이란은 현재 서방의 제재로 원유 수출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중국은 이를 노리고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 중 90%를 싼값에 구입해왔다. 중국 원유 수입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원유 거래는 대부분 중국 위안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란의 입장에선 원유 판매 대금을 중국산 제품 수입에 쓰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중국이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통해 저가 원유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국산 물건 수입을 강요하는 이중의 이익을 누려왔다는 의미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란산 원유뿐만 아니라 중동산 원유의 공급까지 차단될 경우 중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김경진 기자
이와 관련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관련 문제는 중국 측에 중국 정부가 직접 (이란에) 연락할 것을 권고한다”며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봉쇄 조치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전…對이란 군사 지원 공백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 석유를 의존하고 미국과 맞서야 하는 중국은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최대 피해자가 중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대중 관세 전쟁에서 사실상 ‘판정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란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사실상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란 지원에 대한 여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공습에 대한 부담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기념 열병식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군사력 투입 가능성을 내세운 위협을 가했지만, 이번 공습을 제외하고 실제 미군을 투입시킨 사례는 2차례에 그쳤다. 확전으로 인한 미국의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이다. 백악관은 이란 공습 직전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상황에 대해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는 “원래 G8이었던 러시아를 G7에서 제외한 것을 매우 큰 실수”라며 러시아를 추켜세우는 듯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에 외무장관 급파…“지원 여력 없다”
공습을 받은 이란은 이날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을 러시아에 급파했다. 푸틴 대통령과도 만나 군사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크렘린궁에선 회담과 관련한 언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2022년 7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당시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할 드론 등을 러시아에 지원했다.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공습 직후 러시아에 외무장관을 급파했지만, 러시아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유리한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또는 최소한의 묵인이 필요하다. 또 중동 위기에 따른 유가 상승은 산유국으로 원유를 팔아 군비를 마련해야 하는 러시아에 긍정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이란에 미온적인 러시아의 반응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4년 차에 접어든 푸틴의 제한된 자원과 상충하는 지정학적 우선순위를 반영한다”며 “아직까지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국내 정치 돌파…나토 “국방비 5% 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은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내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7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기자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AP=연합뉴스
맥 셸리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트럼프는 관세, 이민 등 핵심 정책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 삭감과 관련한 소위 ‘크고 아름다운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란 공습은 여론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동시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인을 단결시키는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24일부터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전 이란에 대한 직접 공습을 벌인 점은 방위비 부담을 요구해왔던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힘을 확인시킨 계기기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나토 회원국은 이날 2035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왔던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댓글목록 0